최태원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美 공략 속도 내는 SK

최태원 회장 이번 주 한 달 만에 또 미국 출장…올해 들어 4번째 미국 웨이퍼 공장 증설에 6억달러 추가 투자 결정…이달 북미 전담 조직 신설 국내 기업들의 ‘차이나 엑시트’ 속도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2022-12-06     여이레 기자
최태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SK그룹이 미국 공략에 속도를 낸다. SK그룹은 지난달 미국에 웨이퍼 증산을 위해 6억달러(약 7092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지난 2일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필두로 계열사에 북미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총괄역을 맡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주 또 한 번 미국을 방문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종현학술원 주최 포럼 참석차 한 달여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올해만 벌써 4번째 미국 방문이다. 최 회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한∙미∙일 3국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 재계 인사들과 △미중 전략 경쟁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협력 △반도체, 배터리, 백신분야 글로벌 공급망의 미래 등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SK그룹은 지난 11월 미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 요구에 응하고자 웨이퍼 생산 계열사 SK실트론 미국 공장 증설에 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발표했던 3억달러(약 3500억원) 투자 계획에서 반년 만에 두 배 가량을 증액한 액수다. SK실트론은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 진입을 위해 2019년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SK그룹의 미국 공략을 향한 광폭 행보는 이달 단행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도 엿보인다. 에너지, 반도체 등 미국 사업 비중이 큰 관계사들에 일제히 북미 조직을 신설하고 주요 CEO들에게 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유정준 SK E&S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일 인사에서 SK E&S의 에너지솔루션 미국 자회사인 패스키를 함께 이끌게 됐다. SK E&S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출 확대와 함께 미국 에너지 솔루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지난달 말 패스키 법인을 설립했다. SK하이닉스는 ‘인사이드 아메리카’를 필두로 미주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미주 사업을 총괄한다. 미주 사업 산하에는 미주 연구개발(R&D) 조직도 신설된다. SK하이닉스는 미주 신설조직을 통해 낸드플래시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한국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대한 재편 또는 철수를 점진적으로 준비하는 ‘차이나 엑시트(탈출)’의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매체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획이 미중 첨단기술 패권 전쟁으로 무산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핵심 장비로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 중이나 미중 기술 패권 전쟁 격화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가 EUV 장비의 중국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