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만에 보도자료 철회한 소병훈 의원실의 사정
2021-12-19 신수정 기자
[매일일보 신수정 기자] 소병훈 더불어민주당(경기 광주시갑) 의원이 지난 6일 보도자료를 철회했다.
이날 소병훈 의원실은 오후 3시경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가 1시간 만에 서둘러 보도 취소 요청했다. 게다가 이미 송출된 보도자료를 낸 언론사는 기사를 삭제한 것이 확인됐다.
삭제한 보도자료는 ‘소병훈 “김경환 윤석열 후보 국토교통정책분과위원장,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추진 등 현재의 주택 공급 부족 초래한 주범”’이다.
분명 흔치 않은 일이라는 직감이 오는 순간이다. 곧장 소병훈 의원실에 문의해 전후 사정을 확인한 결과, 보도자료 오기 등의 문제가 아닌 정무적 판단에 의해서 보도자료를 철회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 보좌관을 지낸 한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소병훈 의원실 사정을 정확히 모르니 단언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라며 “보좌관 생활을 10여년 이상 했지만 우리 의원실이라면 잘 벌어지지 않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회의원 B씨는 “그 분(김경환 교수)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보도자료 내용이 조금 과학 공격이지 않나”라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보도자료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낸 김경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정책본부 국토교통 정책분과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소병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 교수가 당시 택지개발촉진법 폐지와 LH 대규모 공공택지 자정 중단 등을 추진해 수도권 공공택지 부족과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한 주범”이라며 “윤석열 캠프가 김 교수를 국토교통 정책분과위원장 자리에 임명한 것은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대전시당 시정감시단장인 김소연 변호사는 “일단 보도자료 내용에 명예훼손 소지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편, 소 의원이 박근혜 정부(2013~2016년) 때 공공택지 지정실적을 지적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소 의원은 역대 정권 중 박근혜 정부가 공공택지 지정실적이 가장 낮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고 2017년까지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한 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소 의원은 지난해 10월8일 LH가 3기 신도시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지 말고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를 ‘정면반박’할 만한 희대의 땅투기 사건이 고발됐다.
올해 3월 초,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지역에 LH 일부 직원들이 대규모 투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 사태는 민간 개발뿐만 아니라 공공 개발도 믿지 못하게 된 대표적인 전례가 됐다.
소 의원이 김 교수와 윤석열 캠프를 규탄하기 위해 꺼내든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및 공공택지 축소’ 카드는 되려 뼈 아픈 LH 사태를 떠올릴 단초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