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구절벽 너머 인구지진을 향해 쾌속 질주하는 인구재앙 두고만 볼 일인가?

2021-12-13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박근종

[매일일보] 우리나라 총인구가 이미 정점을 지나 올해부터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가슴 아픈 통계가 나왔다. 국가경쟁력 하락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인구절벽’이 본격화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내년 합계출산율은 0.81~0.83명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혼인 감소 추세가 2025년까지 계속된다면 합계출산율은 0.52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저출생과 고령화 추세를 막으려는 정부의 시도가 먹히지 않는다. 인구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청이 지난 12월 9일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 : 2020~2070’에 따르면, 올해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는 5,175만 명으로 지난해 5,184만 명보다 9만 명이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사상 첫 총인구의 감소이다. 여기에 인구가 정점에 이르는 시점도 기존 예측보다 8년이나 앞당겨졌다. 2019년 특별 추계에서 우리 인구가 2028년 꼭짓점에 도달한 뒤 하향세를 그릴 것으로 봤으나 이번에는 지난해 이미 최고치에 도달한 후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가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인구 감소는 자연감소가 이미 지난해에 3만여 명일 정도로 심화되는 상황 속에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유입이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월 3일 행정안전부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인구가 51,829,023명으로, 전년도 51,849,861명에 비해 20,838명이 줄어들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인구 감소율은 0.04%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와 파장은 참으로 크고 엄청났다. 지난해 출생아는 275,815명으로 1년 전보다 10.65% 줄어든 반면 사망자는 3.1% 늘어난 307,764명으로, 사망이 출생보다 31,949명 많았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인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벌어졌다. 사상 초유의 인구 감소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인구절벽 너머 인구지진을 향해 쾌속 질주하는 인구재앙이 아닐 수 없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추계를 보면, 우선 자연감소(출생아수 - 사망자수)가 계속돼 2020년–3만 명에서 2030년–10만 명, 2070년 –51만 명 수준으로 규모가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총인구는 2020년 현재 5,184만 명에서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10년간 연평균 6만 명 안팎이 줄어든다. 향후 10년 단위로 추계해 보면 2030년에 5,120만 명, 2040년 5,019만 명, 2050년에 4,736만 명, 2060년엔 4,262만 명, 2070년에는 3,766만 명으로 급감한다. 이런 결과를 기초로 추계한 인구성장률은 2021~2035년까지는 –0.1% 수준, 이후 감소 속도가 빨라져 2070년에는 –1.24% 수준으로 전망된다.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의 위험성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를 지탱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의 감소다. 총인구 대비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지난해 3,738만 명으로 72.1%였으나, 2030년 3,381만 명으로 66.03% 2070년이면 1,737만 명으로 46.1%까지 급락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인 2020년 815만 명으로 15.7%에서 2030년 1,306만 명으로 25.5%, 2070년 1,747만 명으로 46.4%까지 높아진다. 0~14세의 유소년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인 2020년 631만 명으로 12.2%, 2030년 433만 명으로 8.5%, 2070년 282만 명으로 7.5%까지 계속해서 감소할 전망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지고 유소년인구     비중이 감소하면서 사회 전체가 늙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연령 인구의 부양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생산연령인구 1백 명당 부양할 인구(유소년·고령인구)인 총부양비는 2020년 38.7명에서 2056년에 100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117명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노년부양비는 고령인구의 빠른 증가로 인해 2020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을 넘고, 2070년 100.6명 수준으로 2020년 대비 4.6배로 증가할 전망이며, 유소년부양비는 2020년 16.9명에서 유소년 인구가 더 빠르게 감소하여 2032년 12.5명까지 낮아졌다가 증가하여 2070년 16.2명 수준으로 전망이다. 이러한 인구구조는 50년 뒤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유소년 인구까지 합치면 1.2명을 부양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노인 인구 비율은 가장 높고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가장 낮은 최악의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들고 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만 많아지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나 다를 바 없다. 이는 미래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방증일뿐더러 그래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이기도 하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활력과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려 국가 전체를 ‘수축 사회’로 만들게 된다. 지금처럼 육아 수당 등 재정을 살포하는 방식만으로는 인구절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부가 지난 10여 년간 220조여 원을 투입하고, ‘3대 인구 리스크(인구자연감소, 초고령사회 임박, 지역소멸)’에 면밀하게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범정부 인구정책 TF 1~3기를 가동해 종합적인 적응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왔지만, 큰 흐름을 바꾸지 못했고, 출산율은 외려 뒷걸음치는 참담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낮아진 혼인율과 그로 인한 저출산도 위험 요소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새 결혼한 신혼부부는 지난해 11월 1일 기준 118만4,000쌍으로 1년 전보다 6.1% 감소했다. 이 중 무자녀 부부는 전체의 44.5%(41만8,000쌍)으로, 결혼은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나 차지했다. 또한,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자녀가 있는 부부 비중은 55.5%에 불과하다. 이 비중은 2015년 64.5%, 2016년 63.7%, 2017년 62.5%, 2018년 59.8%, 2019년 57.5% 등으로 계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결혼 1년 차 부부가 9.4% 줄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결혼을 미룬 예비부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이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물론, 기획재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관련 예산을 확보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최근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 인력 활용 체계 구축, 고령자 계속 고용,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시장 참여 등의 정책 과제도 추진할 계획이며,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 △영아수당 신설 △첫 만남 꾸러미 도입 △공보육 확충 △다자녀 지원 확대 등의 ‘저출산 극복 5대 패키지’를 통해 4년간 약 9조5,000억 원을 지원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인구정책 분석·논의를 강화하고 인구정책에 대한 국민 관심 및 참여도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극히 다행스럽고 소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란 악순환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풀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는 국가의 존망마저 위협할 수 있는 사안으로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구 감소는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 교육이나 복지, 주택 등 전 분야에 걸쳐 유연한 선제대응을 요구한다. 빨라진 인구재앙으로 결국 9년 뒤에는 경제성장률 0%대가 도래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당장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도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구재앙을 막으려면 결혼과 출산 의욕을 저하시키는 사회 환경을 과감히 개선하고 잘못된 정책의 방향성과 궤도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공적 연금 수술과 교육 개혁을 서두르고 노동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단편적 지원대책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다시금 비상한 경각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그야말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다. 결혼과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육아와 교육·주거 환경의 개선, 일자리 창출, 주택마련 기회보장, 생산연령인구의 확충, 고령층의 복지 향상 등 기존 대책을 포함한 정책 전반을 면밀하게 그리고 촘촘히 재점검해야 한다. 현실성 있는 정책 도출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실효성 높은 성장지향의 정교한 대책을 서둘러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現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