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분위기 깨질라…北, 말조심

을지연습 기간에 이례적 ‘평화·남북협력’ 강조

2014-08-20     장야곱 기자
[매일일보] 한미 연례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19일 시작됐지만 북한은 연일 평화와 남북간 교류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거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 남한과 미국을 비난하며 군사적 대응조치를 언급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가 20일 대변인 담화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지하벙커 을지국무회의에서 했던 안보태세 확립 발언을 비난했지만 원칙적인 입장 표명 정도에 그치면서 북한이 최근의 남북 대화무드를 해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분위기를 분명히 드러냈다.오히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자주, 평화, 친선은 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대외정책이념’이란 기사에서 “평화는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더없이 귀중한 것”이라며 “조선전쟁 직후부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정전상태를 종식시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북한의 대남기구중 하나인 민족화해협의회 부장도 이날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인터뷰에서 “북과 남이 서로 신뢰하며 평화와 통일, 번영의 길을 열어나가자면 협력과 교류를 실현해야 한다”며 “북남 사이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다.앞서 조선중앙통신(이하 조중통)은 ‘평화적 환경은 민족의 번영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는 19일자 기사에서 “강성국가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총적 목표로 내세우고 투쟁하고 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평화적 환경은 더 없이 귀중하다”며 “조선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민족공동의 힘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북한이 이처럼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에 이례적으로 평화를 강조하는 것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등으로 모처럼 이뤄진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깨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평화협정 등을 언급하는 것은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당국간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조중통이 “조선 분열에 책임 있는 유관국들은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 안정을 보장하는데 긍정적 기여를 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적 전쟁상태를 의미하는 정전상태를 하루빨리 끝장내기 위한 대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조평통 대변인은 박 대통령 발언을 비난하는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계속 우리와의 대결을 추구한다면 북남관계는 또다시 악화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았는데, 이는 뒤집어 해석하면 남북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속내를 보여준 셈이다.노동신문은 이날 ‘민족자주는 조국통일 위업의 필승의 기치’라는 제목의 글에서도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에 담긴 자주의 원칙을 부각했다.결국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 등을 잇달아 제안하는 것도 결국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의 기세를 이어가 남북간 교류를 공고히 해놓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