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 있다

2022-12-16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정부가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이 제한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혼밥(홀로 식사)’해야 한다. 식당과 카페에서 사적모임은 4인까지만 허용된다. 이러한 방역조치는 가혹하지만 불가피해 보인다. 확진자가 하루 수천명 나오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는 상황에서도 방역의식은 수백명, 수십명 나올 때보다 더 낮아진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엔 식당 약속을 잡을 때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 먼저 만나자고 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게 위드코로나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요즘은 코로나가 무서워 약속을 취소하자고 하면 상대방이 떨떠름해하는 눈치다. 백신을 접종한 다음엔 식당 내 다른 사람들도 접종했겠지하며 방심하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일본의 확진자가 줄어든 것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말이 많다. 백신검사가 유료라서 약한 증상은 확진인지 모르고 지나친다든지, 한번 확진자가 폭증한 상황을 거친 다음 조심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언론에선 체질적인 원인까지 다뤘다. 일본이 올림픽을 강행할 때 비판했던 상황과 지금이 완전 반전됐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해외 국가로부터 봉쇄당할 처지다. 필자가 생각하기엔 백신 접종이 효과가 있었는데, 위드코로나 후 돌파감염이 생길 만한 외식문화 등이 일본과 우리의 차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혼밥 문화가 일반화돼 있고 필자가 도쿄에 가본 경험으로는 저녁 이후엔 사람이 적어 한산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밤을 샐 정도로 만남을 즐긴다. 위드코로나 후 그런 만남의 접촉 강도가 백신효과의 차이로 이어진 게 아닌가 싶다. 전염성이 더 강한 오미크론 확진자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를 유지하는 것은 폭탄을 안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그러니 정부가 위드코로나 이전보다 더 강한 방역조치를 꺼내 든 데 대해서도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또다시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됐다. 역대급 수출 기록을 쓰고 있는 산업계에서도 이러한 내수 부진 여파가 경제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미크론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아 차라리 걸리고 집단면역이 생기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다시 오미크론 증상이 약하지 않다는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내년 경제를 낙관하는 각종 경제지표 예상치들은 오미크론 발생 이전에 나왔다. 최근 해외증시 상승도 오미크론 증상이 심하지 않다는 얘기에 동조된 결과다. 그러나 오미크론 낙관론이 깨지면 이들 경제 전망도 한꺼번에 수정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물류난 대책을 시행해 상황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그러던 게 오미크론 확산으로 물류 구인난이 심해지고 봉쇄조치가 강화되면 경제흐름도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 있다.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며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오미크론 때문에 통화긴축을 철회하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폭탄이 터진다. 거꾸로 긴축을 강행한다면 아시아 신흥국부터 외국자본 이탈이 심해져 우리나라에도 충격이 전해질 전망이다. 게다가 국내 전염병이 심한 내수부진까지 겹치면 한순간에 나락이 될 수 있다. 많은 기관들이 내년 경제상황을 낙관하지만 그 수면 아래 도사린 빙산이 크다. 침몰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