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노조 반발에 전기차 전환 발목 잡힌 韓
전기차 전환 시 2030년 국내 3만5000여개 일자리 사라질 전망
‘현대車 강성노조’ 안현호 당선자, 기본급 인상·고용 안정 등 공약
파업 등 생산 차질 이어질 경우 전기차 생산 배제 가능성 커
2021-12-16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계에 강성 노동조합이 등장하면서 한국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는 전기차시장에 선두로 진입했지만 생산인력 조정과 일자리 전환 배치 등을 두고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37%가량 줄어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각 완성차업체의 노조가 강성 기조로 바뀌고 반발 움직임이 감지되는 이유다.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 노조 차기 지부장에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안현호 후보가 지난 8일 당선됐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조합원 4만87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대 임원 선거 2차 투표에서 2만2101표(53.3%)를 얻어 1만9122표(46.1%)를 얻은 권오일 후보를 제쳤다.
안 후보는 현대차 사내 현장조직인 ‘금속연대’ 출신이다.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강성 인물로 분류된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상여금 전액 통상임금 적용 △식사 시간 1시간 유급화 △정년 연장 △일반직과 여성 조합원 처우 개선 △전기차 핵심 부품공장 내 유치 △해외공장 노조 개입력 강화 △아산 전기차 생선 관련 고용대책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업계에선 2년간 무분규 임금단체협상을 이끌었던 ‘실리파’ 노선의 노조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경직된 노사관계에 ‘파업 리스크’까지 커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지엠 노조 역시 강성 지도부가 들어섰다. 지난 7~8일 조합원 7627명 중 6505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김준오 후보가 56.7%의 득표율로 차기 노조 지부장에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한국지엠 노조 내 현장조직 중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된다. 김 당선자도 △기본급 인상 △상여금 회복 △전기차 유치 △정년 연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아의 차기 노조지부장 선거에서도 강성 후보가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집행부는 연내 확인된다. 오는 16~17일 1차 투표, 26~27일 2차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과 현지 공장 구축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는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에 맞춰 지난 5월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현지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반발에 막힌 상태다.
국내에 전용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보하는 것도 진전이 없다. 현대차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2월 초까지 충남 아산공장의 내연기관 생산라인을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노조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대책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환시 국내에서 오는 2030년 3만50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노조가 파업을 하거나 강경하게 대처할 경우 생산 차질이 이어지면 전기차 생산을 배제할 가능성이 커지고 전기차 전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