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참회와 속죄의 리더십이 그립다

2021-12-19     심상협 前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전무이사
심상협
[매일일보]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내는 청년들은 어떤 영웅을 소망할까? 대선 때마다 스스로 묻고 대답을 찾아보곤 한다. 요즘 인기 드라마와 영화 속 인물들을 분석하는 글들을 정리하면서 그 안에 청년들이 소망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찾아 본다.   스스로의 잘못을 참회하며 속죄하는 인물들이 들어온다. 넷플릭스 흥행작 ‘D.P’에서 자신의 무책임으로 탈영병의 자살을 방관한 안준호 이병의 참회. ‘킹덤’에서 죽은 후 괴물이 되어버린 선왕의 목을 치는 세자 이창, 또 스스로 죽음의 괴물을 선택해 진실을 증명하는 안현대감의 백성들을 향한 속죄.  데이트 폭력으로 아픈 청년세대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아는 와이프’ 차주혁의 참회도, 또 ‘나의 아저씨’에서 자신의 외도를 참회하는 아내 강윤희와 남편 박동훈의 용서가 있고, 고아이자 살인 전과의 청년여성을 보듬어주는 배려도 있다. ‘오징어게임’에서 ‘깐부’란 말을 유행시킨 “우리는 깐부잖아. 깐부끼리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란 대사도 떠오른다. 죽음의 게임에서 자신의 몫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사람 ‘깐부’ 이들 인물들의 캐릭터와 대사에서 우리 시청자들이 원하는 영웅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믿음이다. 우리 현실 속 영웅들의 참회와 속죄도 기억한다. 91년 폭력과 살인의 흑백갈등 속에서 서방의 봉쇄와 압력으로 넬슨 만델라가 출옥한다. 이후 4년 동안 ‘몽플레 컨퍼런스’라는 합의를 거치면서 94년 집권한 넬슨 만델라는 예상을 뒤엎고 적폐청산이나 보복이 아니라 ‘진실과 화해’ 프로세스를 실행한다. 핵심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백인 정권의 흑인 차별정책)으로 벌어진 인권침해 범죄에 대해 자신의 범죄행위를 고백하고 참회하는 자는 사면한다는 용서와 화해 프로세스였다. 이후 남아공은 럭비월드컵 개최국으로, 또 넬슨 만델라 노벨평화상 수상의 나라로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진다. 지난 주 한 정치인의 책을 받았다. 이명수 의원 저 『우리 안의 영웅을 찾아서』. 책에는 다른 정치인들처럼 자화자찬이 아니라 천안함 생존자와도 같은 우리 곁의 숨은 영웅들, 그리고 그들을 도와 일으켜 세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문득 마하트마 간디의 정언이 떠오른다. “용서는 용기 있고, 용감한 사람을 위한 것이다. 죄를 용서할 만큼 강한 사람만이 사랑하는 법을 안다”  2022년 대선을 향한 여야 후보들의 자기 잘못 숨기기, 거짓 사과와 눈물들이 겹쳐 온다. 우리는 언제쯤 자신의 잘못 뿐만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의 잘못까지 참회하고 속죄하는  리더십을 만날 수 있을끼? 나 자신부터 참회와 속죄의 다짐으로 청년들 앞에 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