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통신3사 자회사가 절반…과점 우려
올해 12월 알뜰폰 가입자 49.9% 차지
2021-12-20 조성준 기자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알뜰폰 시장에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빼고 순수 휴대전화 회선만 따질 경우 통신 3사 자회사들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해 알뜰폰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중 순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만 따지면 통신3사 자회사의 가입자 점유율이 올해 3월 45.7%에서 10월 49.9%로 증가했다. 2년 전인 2019년 12월 37%에 비해 통신 3사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알뜰폰 중 순수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의 수는 3월 606만5000명에서 10월 596만8000명으로 줄었으나, 이 중에서 통신 3사 자회사 가입자 수는 222만7000명에서 297만5000명으로 20만명 넘게 늘어났다.
IoT용 회선까지 합하면 국내 알뜰폰 전체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올해 10월 말 기준 999만1000명이다. 이 중 통신 3사 자회사 시장점유율은 올해 3월 32.6%에서 10월 말 32.0%로 줄었다.
알뜰폰 시장은 통신3사 등 이동통신사업자(MNO)가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에 통신망을 빌려줘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구조다. MNO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주는 한편 각각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소매 사업도 하고 있다. SK텔레콤은 SK텔링크, KT는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를 통해 알뜰폰 소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3사 자회사들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에 비해 월등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무기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올해부터는 각 사가 데이터 추가 제공 혜택과 무제한 요금제 등을 쏟아내며 중소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알뜰폰 자회사 설립 당시 이들의 시장 점유율 합계가 전체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록 요건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양정숙 의원은 점유율 산정 기준에서 IoT 회선은 빼야 한다고 지적했다. 등록 요건이 부여됐을 때와 달리 최근 IoT가 활성화됐기 때문에, 이 서비스를 포함하는 현행 시장 점유율 산정방식으로는 알뜰폰 휴대전화 회선 시장 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시장을 무리하게 규제하면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 당시 취지를 고려할 때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양 의원은 “통신 3사 자회사들이 수익이 되는 휴대전화 회선 가입자 유치에 주력하면서 결국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에 이르렀다”며 “알뜰폰 시장 왜곡과 통신 자회사들의 브레이크 없는 시장점유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점유율을 50%로 제한하고 시장점유율 산정 방식을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