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은 아직 작동하고 있나?

2022-12-28     송영택 기자
송영택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고 정부는 최대한 지원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하자마자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취임 이틀 만에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추진하라고 압박도 했다. 공공부문에서 17만 명의 일자리도 만들겠다며 임기 내내 밀어부쳤다.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며 거의 5년간 120조원을 쏟어 부었다. 나름의 성과를 냈다고 자화자찬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성과로 내세우는 수치는 2016년 고용률이 66.1%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66.8%로 소폭 올랐다고 주장한다. 같은 기간 저임금 근로자도 23.5%에서 17%로 감소했다며 질적으로도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일자리 성과는 초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좋을 일자리의 기준으로 삼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일자리가 무려 200만개 사라졌다. 특히 경제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3040 세대의 일자리는 대폭 감소한 반면 60세 이상의 일자리는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비정규직 비율도 2017년 32.9%에서 올해 38.4%로 오히려 5.5%포인트 증가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는 120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으며 노인과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렸다고 할 수 있다.  이랬던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구현모 KT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좋은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라고 추켜 세웠다. 임기 내내 민간보단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과 상반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고개를 가웃 등 하게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법률 제정으로 옥죄어 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노동이사제 등 친노동법 △화관법・화평법 등 각종 환경규제 법률 △중대재해처벌법, 감사위원 분리 선출시 의결권 3% 제한 등 반기업법을 다수 제정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없이는 생산성을 높일 수도 없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힘들다고 호소해 왔다. 지금까지 경제단체의 호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기업 총수들에게 묵시적으로 여당 후보를 지원해 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회 180석을 확보하고 있는 더불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내년 국회가 열리자마자 각종 규제 법률을 개정하거나 폐지하자고 호소해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