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불안 호소하니 ‘빚’ 권하는 정부”

23일 시행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에 시민단체 반발

2013-08-22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최근 전세기근 현상이 매우 심각해짐에 따라 박근혜정부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 제도’가 23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제도는 오히려 전세 값만 부추길 것이라며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으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전국세입자협회, 토지주택공공성네트워크,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규 전세대출 확대안 비판 및 전월세상한제 등 제대로 된 전월세 대책 촉구 각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은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권 양도방식과 집주인 담보 대출 등 2가지 유형의 상품이 있다. 임차보증금 반환 청구권 양도방식이란 임차인이 금융권에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보증금반환청구권을 금융권으로 양도하는 방식이고, 집주인 담보대출 방식이란 임차인이 집을 살 때 전세금이 모자랄 경우, 집주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그 금융비용을 임차인이 지불하는 방식이다.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들은 “전세대란의 원인은 물량 부족 때문인데 정부가 잘못된 진단으로 전세 자금을 추가로 공급해 전세 값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며 “집주인들이 벌써 전세 호가를 높여 부르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민달팽이유니온 권지웅 대표는 “주거문제의 핵심은 자신이 벌 수 있는 소득과 집값, 전세값의 격차가 너무 커서 발생하는 문제로, 이를 좁힐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차이를 빚으로만 메우려고 하는 박근혜정부의 처사가 청년들을 절망스럽게 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권지웅 대표는 “돈이 없어서 보증금 300에 월세 30만원으로 지하방에 전전하다가 이제는 정말 곰팡이가 없는 지하방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며 “실제 소득과 집값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참여연대 민생희망연대 김남주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에 연간 11만호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공급하고 있는지 통계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며 “정부여당이 정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김남주 변호사는 “불은 전셋집에 났는데 왜 소방차는 소유주의 집에 가 있는지 모르겠고, 전셋집에 불을 꺼야지 왜 엉뚱한 데 예산을 쏟아 붇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세입자와 주거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전국세입자협회 최창우 공동대표는 “임차인이 전세금을 마련할 때 금융권에 대출받았을 경우결국 은행으로부터 임차인이 빚을 지게 되는 것”이라며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잡았을 때 주인이 그렇게 할 것인가 하는 실효성에서 근본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우 대표는 “담보로 잡을 때 그 집 가격이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는데, 많이 내리면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다”며, “상한선인 없는 상태에서 융자를 자꾸 해주니까 사람들이 부담 없이 주택을 빌리게 되면 결국 전세값은 자꾸 오르게 된다”고 우려했다.최 대표는 특히 “일종의 전세권을 은행이 가져가는 경우,  빌리는 사람의 주택이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탄력적으로 적용받기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시민단체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은 전월세난이 매매시장의 부진에서 온다고 판단, 매매시장의 활성화만이 전월세 문제의 대책이라고 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 양도소득세 중과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한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이들은 “전세값을 마구 올리는 집주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려야 하는 세입자들이 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제도라는 측면도 있지만, 본질은 전셋값 폭등을 용인해주고, 가계부채로 인한 고통과 이자부담을 서민들에게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어 “정부는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없고, 전세값을 올려줄 조건이 도저히 되지 않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전셋값 올려줘라’고 강요하고 유혹하고 있다”며 “우윳값 250원 오르는 것도 잡겠다는 정부가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공적 영역이며, 수천만원씩 오르는 전셋값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잘못된 대책을 일관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한편 이들은 정부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 ▲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상한제 도입 ▲주거 밀집지역 전역에서 중소형 장기전세 주택 대대적 공급▲월세 지원 및 주택바우처 확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