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위기 직시부터 시작하자

2022-12-30     송병형 기자
송병형
새해 한국이 마주할 현실은 한 마디로 엄중한 복합위기 상황이다. 나라 밖에선 미중 간 신냉전과 산업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등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며 세계인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종식 희망은 사라지고 팬데믹 3년째를 맞아 방역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세계적 위기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중 신냉전의 최전선에 자리해 있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탄소중립 부담은 커졌다. 특히 K-방역이란 말이 무색하게 언제든 방역체계가 무너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새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본격화 될 경우 보다 심각한 위기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위기는 경제 위기와도 직결돼 있다. 새해 팬데믹이 3년째 계속될 경우 자영업자의 자포자기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민간 부채 급증과 인플레이션 문제를 초래했고, 부동산 폭등에 따른 급격한 자산 불평등을 낳았다. 하나같이 중차대한 문제들이다. 경제 주역인 기업들도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의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경기 전망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73%가량이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다수의 기업들이 내수 회복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내재적 위기도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인구구조 변화 등의 영향으로 2030∼2060년에는 캐나다와 함께 OECD 회원국 중 잠재성장률 ‘꼴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한국의 인구절벽 위기는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압도적 꼴찌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0.7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임기 말 문재인정부에서는 위기를 직시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연말부터 시작된 부처별 새해 업무보고는 문재인정부 정책성과에 대한 자화자찬과 장밋빛 전망만 가득하다.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233쪽 분량의 ‘문재인정부 경제분야 36대 성과’ 자료까지 나왔다. 어찌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어려운 시기, 많은 위기와 도전을 헤쳐 오며 우리 경제는 기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고 있고, 포용과 혁신의 힘으로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한 경제로 거듭나고 있고,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고 있다”(연말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고 자평하니 장관들은 장단을 맞출 따름이다. 그러나 한겨울 삭풍 몰아치는 벌판에 무대를 세워 안개를 뿌리고 화려한 조명을 비춘다고 한들 칼바람이 비켜가는 것은 아니다. 안개가 사라지고 조명이 꺼진 뒤 드러날 초라한 무대의 실상이 더욱 부각될 뿐이다. 새해 대선을 통해 탄생할 새 정부는 아마 무대의 조명부터 끌 것 같다. 위기를 직시해야 제대로 된 해법이 보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