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거래 규제는 ‘채찍’보다 ‘당근’ 필요

차명계좌 관련 형사적·행정적 제재 논의 실효성 없어

2013-08-25     강미애 기자
[매일일보 강미애 기자] 최근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차명거래 전면금지와 강력한 형사 제재 등의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런 방안은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이보다는 차명거래 사전등록이나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 폐지 등으로 선의의 차명거래 활동을 보호하고 악의를 점차 해소하는 인센티브 방안이 더 적절하다는 평가다.25일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실명제 20년의 성과와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차명계좌에 대한 형사 또는 행정상의 제재는 법리적으로나 실효성에 비추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김 연구위원은 현실에서 다수 존재하는 차명거래는 범죄연관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실제 대법원 판례 중 비자금, 조세포탈, 범죄수익은닉 등에 대한 통계에 의하면 비자금관련 판례 138건(1988년~최근) 가운데 차명관련은 11건, 조세포탈은 258건(1964년~최근) 중 8건, 범죄수익은닉은 2004년 이래 67건 중 4건에 불과했다.이는 차명거래를 이용한 범죄가 의외로 많지 않고 차명계좌에 대한 형사적 제재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또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차명거래에 대한 대책 마련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차명거래인지 여부는 물론  그 목적이 선의 또는 범죄형 악의 여부 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이로 인해 엄격한 명확성을 요구하는 전통적인 행정상 혹은 형사상 조치들이 차명거래에 대한 제재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현재 실명거래책임을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거래자에게도 부과하고 위반 시 형사적 제재를 가하거나 금감원장 또는 국세청장에 행정상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의 차명거래 제재가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것이다.이보다는 커플통장, 동호회 등에서의 선의의 차명거래를 비자금 조성 등 악의의 경우와 구분하고 선의는 보호하고 가급적 악의를 정확히 파악해 규제하는 인센티브제도가 바랍직하다고 김 연구원은 밝혔다.인센티브제로 차명거래 사전등록제도가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보고서는 제시했다.사전등록의 대상은 내용적으로는 차명거래 고객 스스로 선의이며, 명의인과 금융기관 등이 동시에 차명거래에 대해 명시적 약정을 체결한 경우다.등록된 차명거래 가운데도 악의의 행위에 연루되면 그 즉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동일하다.이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 폐지도 선의의 차명거래를 제도권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하나의 유인책일 수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밝혔다.김 연구위원은 “사전등록제 등을 포함해 선의와 악의의 차명거래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조세범처벌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의 관련법과의 유기적 협력체제가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