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오는 27일 산업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안전사고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건설사들은 법 시행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기업에서 산업재해가 일어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사망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민사상 손해액의 최대 5배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도록 했다. 특히 처벌 대상은 경영책임자와 사업주로 명시했다.
건설현장에선 인명사고를 동반한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해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상 중대재해 발생 등 산재 예방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장 1243개소의 명단을 보면 중대재해가 발생한 576개 사업장 중 339개소(58.9%)가 건설업으로 파악됐다.
건설사 관계자들은 "현장에 가보면 아직도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며 "안전모를 챙겨 써라” “안전 고리를 채우라” 소리쳐도 한 번에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안전불감증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가장 많은 이유는 ‘언어의 장벽’ 때문이라 한다. 이는 최근 건설현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건설사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법 시행 후 우리 회사가 첫 사례가 되어 본보기로 처벌 받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많은 건설사들이 안전 관련 조직을 개편해 강화했으며 주말이나 휴일에는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제한하는 곳도 적지 않다.
기자들과 자주 접촉하는 홍보실 직원들도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비상이 걸린다. 관련 사건을 파악하고 그 경위를 기자 등 외부에 알리며 직접 사과까지 한다. 지난해에는 한 건설사 홍보실 관계자와 만나기로 한 날 사고가 터지며 홍보실이 비상에 걸리고 약속이 미뤄진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일선 홍보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고충을 애써 감추려 한다. 홍보실 관계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관련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그렇다 해도 결국 이 일이 우리 직업이다” “가장 힘들어 할 사람들은 사고 당사자와 유가족이다” “유가족만큼 심적으로 괴롭거나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등과 같이 말하며 이를 삭히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올해 건설현장에서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거나 처벌받는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을 계기로 건설사와 노동자 모두 안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사고를 예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