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여성가족부를 둘러싼 폐지 논쟁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로부터 시작된 논쟁이다. 이 한줄 공약은 곧장 정치권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논쟁으로 이어질 만큼 파급력이 컸다. 그러나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후속 대책도 설명도 뒤따르지 않아 무엇을 위한 여가부 폐지인지, 대안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윤 후보는 한줄 공약을 올린 다음날인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특별전시회 관람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대남(20대 남성)에 치우친 공약들에 대해 남녀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뭐든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또 여가부 개편에서 폐지로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현재 입장은 여가부 폐지 방침이다.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이후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 폐지가 맞다.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로부터 사흘이 지나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국정비전을 발표했지만 더 구체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재앙적 수준의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시작하겠다"며 "아동, 가족, 인구 등 사회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여가부의 구조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젠더 문제를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여가부가 사라질 경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원 공백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새로운 부처에서 기존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지 등등 여가부 폐지에 따른 여러가지 의문에 대한 답은 제시하지 못한 채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만 나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가 아닌 가족 돌봄과 청소년 보호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가부 예산 1조2325억원 가운데 7375억원(59.8%)이 한부모가족 아동양육 지원·아이돌봄서비스 등 가족 돌봄 사업에 쓰이고 있다. 또 2422억원(19.6%)은 청소년 사회안전망 강화 등 청소년 보호 사업에 투입됐다. 이런 부처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약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젠더 이슈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약자가 다치는 일은 있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