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공사 중 외벽 붕괴… 6명 실종

화정아이파크 39층 콘크리트 타설 중 외벽·내부 구조물 무너져 3명 구조 후 추가 붕괴 우려, 수색 중단… 인근 200여가구 대피 HDC현산, 학동4구역 건물 붕괴 참사 7개월 만에 재차 사고 발생

2023-01-12     최지혜 기자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광주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작업자 3명이 구조됐으며 6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 현장의 시공사는 지난해 6월 재개발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학동4구역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국회가 '학동 참사' 방지를 위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가결한 당일 또다시 사고가 났다. 11일 경찰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6분께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작업자 2명이 잔해물이 떨어지면서 도로변 컨테이너에 갇혀 있다가 구조됐고 1명은 1층에서 공사를 하다가 잔해물에 부딪혀 병원에 옮겨졌다.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해 최상층부에 있던 작업자들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6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시공사 등과 함께 현장 전체 작업자 394명(22개 업체)의 현황을 파악한 결과 이들 6명은 건설 현장 주변에서 휴대전화 위치가 잡혔으나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들은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한 동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떨어진 구조물이 인근에 주차된 차들을 덮쳐 차량 10여대도 매몰됐다. 인근 상가와 아파트가 정전됐고 광주유스퀘어, 신세계백화점 광주점도 순간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당시 사고는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양쪽 외벽 등이 붕괴하면서 일어났다. 당국은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Gangform)이 무너지고 타워크레인 지지대(월타이·Wall Tie)가 손상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강풍이 분 가운데 타워크레인 지지대와 거푸집 등이 풍압을 견디지 못했거나 하부에 타설해놓은 콘크리트의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콘크리트가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열풍 작업 등으로 강하게 굳히는 양생 작업을 하는데 공사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충분히 굳히지 않으면 강도가 떨어진다.
사고 직후 전기·수돗물 공급이 끊긴 인근 주상복합 입주민 109세대, 상가 주민 90여세대가 대피한 상태다. 이외에도 인근 아파트 주민 수백세대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나 전기·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상황 등을 고려해 취소됐다. 사고가 난 화정아이파크는 지하 4층~지상 39층, 7개 동 847가구 규모로 화정동 23∼27번지 일원에 신축 중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현장에서는 지난해 6월에도 학동4구역 재개발을 위한 철거 작업 중 건물 붕괴 참사가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참사는 하도급 업체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지만 검찰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도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부실 철거와 공사 계약 비리에 관여했다고 보고 함께 기소해 관련자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사고 이후 건설현장 근로자가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작업중지권을 적극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 원인과 위험 통제 모니터링을 하나의 시스템을 연결한 스마트 안전보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불과 7개월 만에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경찰청은 붕괴 사고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사부장(경무관 김광남)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안전진단이 마무리되면 합동 감식에 나설 예정이며 붕괴 원인, 공사 현장 안전관리 상황 등 사고와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을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붕괴하거나 외벽 잔재물이 추가로 낙하할 위험이 있어 실종자 수색을 중단했다. 당국은 오는 12일 오전 안전점검을 한 뒤 구조 인력 투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