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질’ 신드롬…믿고 먹을 게 없다

식품업계, 이물질 검출돼도 이미지 고려해 ‘쉬쉬’

2014-08-25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이물질 신드롬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먹거리 불안에 휩싸였다.최근 남양유업의 영·유아용 분유 속에서 죽은 개구리가 발견되면서 소비자와 사측이 진위를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연이은 식품 이물질 사고가 도마에 올랐다.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샘표식품의 국수 제품에서 금속조각이 발견돼 해당 제품의 판매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동원F&B는 이달 초 자사의 제품인 ‘동원샘물미네마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 접수가 빗발치자 대처에 나섰다.동원F&B는 자사의 캔 참치 제품에서도 기생충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고 지난 2008년에도 참치 통조림에서 칼 조각이 발견된 데 이어 꽁치통조림에서도 기생충의 일종인 ‘구두충’이 발견돼 당시 식약처가 회수명령을 내리기도 했다.또 롯데칠성음료의 트로피카나 딸기라떼 제품에서는 흰 거즈가 발견됐는가 하면 코카콜라에서 출시한 조지아에서도 썩은 전복으로 보이는 이물질이, 미닛메이드 포도 주스에도 이물질이 발견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식품 이물질 사고가 끊이지 않자 소비자들의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두 살 난 아들을 둔 주부 박모 씨는 “아이가 먹는 분유를 비롯해 이물질 사고가 터질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면서 “도대체 뭘 믿고 먹여야 할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식품과 관련된 소비자 위해 사례는 1만50건으로 이 중 식품 속에 벌레, 금속 등 이물질이 혼입된 사례는 전체의 20%인 2001건에 달했다.상황이 재차 반복되자 일각에서는 식품업계들의 안전관리 소홀과 쉬쉬하려는 무성의한 태도를 문제 삼는 한편, 관리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역시 근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외국의 경우 식품에서 이물질이 검출될 경우 정부는 물론이고 관련 업계와 시민단체가 공동 구성한 기구가 나서 조속한 대응에 나서지만 우리나라는 제품 회수나 시정명령 등 다소 가벼운 제재에 그치고 있다.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물질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도 당국은 제품을 회수하거나 가벼운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며 “기업들도 안전사고 발생 시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쉬쉬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먹거리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제조상의 문제는 없는지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한편에서는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의 처벌도 강화해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과거 ‘쥐식빵 자작극’ 사건처럼 악의적 의도를 가진 허위사실 유포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 된다는 지적이다.식품업계 관계자는 “제조상의 문제로 이물질 사고가 발생한다면 기업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겠지만 보상을 노리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식의 행위는 기업들의 성장을 저해시키는 만큼 자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