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창동역사사업 '발 빼기'…투자자 거센 비난

구청에 건축주 제외 요청…투자자들 "국감 대상"

2014-08-26 김태혁 기자

[매일일보 김태혁 기자] 장기 표류해 온 서울 창동민자역사 개발 사업에서 계획사업시행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발빼기에 나섰다. 이에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다.26일 창동민자역사계약자총협의회와 서울 도봉구에 따르면 코레일은 2003년 사업 시작 당시 창동역사㈜와 함께 건축주이자 시행자로 등록됐으나, 지난해부터 도봉구청에 건축주에서 제외해줄 것을 3차례 요청했다.이에 도봉구는 "지난 2월 코레일에 건축주 제외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엄미선 계약자협의회 총무는 "건축법 79·80조에 따르면 건축주는 공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때 책임을 지고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런 점을 우려해 코레일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동민자역사 사업은 2004년 2월 건축허가를 받고 같은 해 12월 착공에 들어간 총사업비 3천억원의 대규모 공사다.그러나 창동역사㈜는 분양으로 얻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다른 사업에 융통하다 은행으로부터 계좌와 부동산을 압류당하고, 시공사인 ㈜효성에 공사비 160억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2011년 11월 공사가 중단됐다.계약자협의회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는 1천여 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시행사의 우발채무가 2천억원 규모로 알려져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엄 총무는 "투자자는 노후대책 차원에서 푼돈을 모아 계약한 사람이 다수"라며 "국회서도 오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이 협의회는 애초 코레일이 건실하지 않은 기업에 대규모 사업을 맡겨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사업시작 전 창동역사㈜의 모기업 격이었던 서초엔터프라이즈의 2001∼2002년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액은 0원이다. 창동역사㈜의 2003년 재무제표는 매출액 난이 아예 빈칸으로 돼 있다.엄 총무는 "창동역사㈜와 당시 철도청이 맺은 협약을 보면 창동역사㈜는 철도청의 허가가 없으면 무엇도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결국 코레일의 사업"이라고 밝혔다.코레일 측은 '사업 시행자로서의 지위가 달라졌다'고 선을 그었다. 철도청 시절에는 토지 소유권과 사업시행 업무검사권 등을 가지고 있었으나, 공사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한영철 코레일 역사개발처장은 "현재 주주 입장으로 주식에 대한 책임은 있으나 이를 벗어나 사업에 대해 가타부타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그는 "법적으로 분양받은 사람에게 직접 보상을 하면 배임 소지가 있을 정도"라며 "현재로선 창동역사㈜에 대한 기업회생절차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창동역사㈜ 시행사 선정 배경에 대해선 "당시 위원회가 구성돼 정해진 기준에 맞게 결정됐다"며 "계약 후 시행사 측 관계자가 각종 비리에 휘말리는 등 경영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