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짜증과 우울의 차이

2023-01-18     신수정 기자
한양인재개발원
[매일일보] 코로나 시국에 퍼진 우울증세로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정신건강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연구 1차 분석 결과, 지난해 5월 불안 증세는 62%, 분노는 11.5%를 보이다 8월 말 불안은 48%로 낮아지고 분노와 공포가 각각 25.3%, 15.2%를 기록하며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코로나 이후 여러 사회적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수치고 높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130개 회원국의 정신건강 서비스 실태조사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시민들이 증가했고 야외 활동 감소로 인한 결핍감,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런 스트레스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상황에서 자신이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유의미한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본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달라진 경제 상황과 생활 양식으로 근본적인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없더라도 스트레스의 원인, 종류,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한다면 우리가 받는 스트레스에 건강히 대응할 수 있다.  흔한 스트레스 종류에 해당하는 ‘짜증’과 ‘우울’은 자칫 헷갈리기 쉬운 감정이다. 짜증은 흔히 생각하는 ‘분노’에 가까운 개념이다. 흔히 무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환경, 걸리적거리거나 자신이 목표한 행위를 실현하는 데에 걸림돌이 있음을 감지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단순히 행위적인 영역을 넘어서 다른 사람이 나의 이상향으로의 성장을 방해할 때나 타인으로부터 이유 모를 비난이나 욕설을 들었을 때도 분노로 인한 짜증이 유발된다. 내가 규정한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 가치관에 직접적으로 마찰을 일으키고 나아가 사회적인 존재성과 지위, 영향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우울은 ‘슬픔’에 가까운 감정 상태로 자신의 상황과 주변 환경이 자신의 이상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발생되는 감정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우울’을 ‘현재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욕구’가 감정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짜증과 우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통제력의 유무에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무기력감의 유무일 것이다.  이상향을 바라보는 중에 걸림돌이 발생하는 상황이 주어진다면 ‘짜증’은 주어진 환경에 대한 강한 반발력을 느끼지만, ‘우울’은 스스로의 무능함을 탓하며 좌절로 깎아 내려진 자존감이 악순환돼 무언가 시도해보려고 하지 않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우울이’ 위험한 이유는 현실 도피성에 기인한다. 무의식 중에 현재 상황을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낼 수 없는 특수 상황이라고 인지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현실에서 도피하고 위기를 부정하려는 경향을 띄게 된다. 우울한 상태는 이런 현실 도피 성향을 야기하기 때문에 우울증 초기 증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은 자신이 정확히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 그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짊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  우울감이 극심해질 때는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결과를 과장되게 바라보지 않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판단력과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나름의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