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 거래 역대 최다…정부는 “월세 안정화” 딴소리
급등하는 전셋값 감당 어려운 세입자…월세로 전환
부동산원, 서울 아파트 월세 1년 새 10% 넘게 상승
“정부 월세 안정화 평가…이미 많이 오른 시장 기준”
2022-01-18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지난해 서울의 월세 거래량이 통계 작성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월세가격도 전셋값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해 한 해 10% 넘게 오르며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월세 난민이 속출하며 서민 주거안정이 흔들리고 있지만, 정부는 월세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자평하면서 업계에선 정부의 왜곡된 시선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월세를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이 총 6만8736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다며, 전년도인 2020년(6만707건)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37.2%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2019년 28.1%, 2020년 31.1%에 이어 2년 연속 상승세다.
월세 수요가 증가하자 가격도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가격은 2020년 11월 112만2000만원에서 지난해 11월 124만1000만원으로 10.5%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이 기간 서울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 월세는 5.8% 오른 반면,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 아파트 월세는 18.1% 급등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권 아파트 월세가 강남권 대비 크게 오르면서 급증하면서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졌다.
부동산업계는 이처럼 주택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급격히 증가한 원인으로 임대차법을 지목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원세상한제를 골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전세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또 금융당국의 전세자금 대출 강화도 월세 증가에 한몫했단 평가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월세 시장과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노형욱 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시장에서 매매나 전세뿐 아니라 월세 역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장관은 월세시장 불안정과 관련된 지적에 대해 “최근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올랐고 시장에 상승 압박 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노 장관은 “하지만 지표를 보면 월세도 호전되고 있다”며 “시장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에 따라 가격 기제를 통제한다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정공법인 공급의 문제부터 풀어가야 근원적으로 월세와 전세를 포함한 집값이 잡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매매시장이나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 됐다고 말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급등한 상황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라며 “최근 월세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느끼고 있는 주거 불안정과는 상반된 평가로, 공급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