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IT분야 쪼개기 상장 달인 카카오…여론 악화
계열사만 136여개 카카오그룹…쪼개기·합병 등 주주 배려 없는 상장으로 뭇매
2023-01-20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카카오그룹의 ‘쪼개기 상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136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카카오그룹은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필두로 작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불과 3개월 간격으로 상장하는 등 지나치게 수익성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의 계열사는 136개로 대표 라이벌사로 꼽히는 네이버의 계열사 수 48개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문어발 확장’으로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나란히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주주 이해 상충 등 잠재적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는 ‘쪼개기’와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연달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다.
올해 카카오가 상장을 준비하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작년 카카오에서 사업부를 분할해 세운 멜론컴퍼니와 합병을 했다. 카카오가 멜론컴퍼니를 ‘쪼개기’ 한 지 약 3개월만의 일이었다.
일부 주주들은 이를 두고 카카오 측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모기업 카카오 역시 다음을 인수하면서 우회상장 수법을 썼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지난해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8인의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카카오페이 상장 한 달 만에 주식 900억원 어치를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혁신’을 앞세운 카카오의 표리부동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3일 카카오는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공동체의 상장과 관련해서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전 계열사 임원 주식 매도 규정안은 카카오페이에서 촉발된 ‘먹튀’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카카오가 부랴부랴 쇄신 방안을 내놨음에도 카카오페이는 물론 카카오뱅크까지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시장은 얼어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상장 전략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주요 금융계열사를 별도 상장한 상태여서 전면적인 방향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올해로 예고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계열사의 상장을 단순히 시기조절만 하는 형식으로 마무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다소 싸늘한 진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