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바이든 1주년 회견 맞춰 핵·ICBM 재개 위협...南 대선도 사정권
바이든 첫 대북제재에 모라토리엄 해제카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미국 압박’ 의도 내비쳐
2023-01-20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20일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맞춰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해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총서기가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신속히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만큼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대선도 사정권에 들 전망이다.
▮모라토리엄 선언 4년만 해제 검토
이날 조선중앙통신 등 북측 매체는 전날 열린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며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알렸다. 앞서 북한은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이에 대한 ‘전면 재고’ 선언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향해 “자위권 거세 책동”
이번 선언은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5일과 11일) 발표 이후 나온 미국의 대북제재가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회의에서는 최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부당하게 걸고들면서 무분별하게 책동하고 있는 데 대한 자료가 통보됐다”며 “미국은 우리 국가를 악랄하게 중상모독하면서 무려 20여차의 단독 제재조치를 취하는 망동을 자행했다. 특히 현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리의 자위권을 거세하기 위한 책동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치국 회의에서 채택된 해당 결정은 혁명발전의 절실한 요구와 조성된 현 정세 하에서 우리 국가의 존립과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시기적절하고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바이든 집권 1주년 회견 직전 발표
북한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는 적대시 정책으로 맞서겠다며 군비 관련 이중기준 철폐와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바이든 정부가 출범 후 첫 대북제재를 단행하자 ‘행동으로 미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측 발표는 이 같은 입장이 담긴 대미 메시지로 읽힌다.
북한은 또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1주년 기념 기자회견에 맞추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북측 보도가 나온 직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북한 문제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이슈에 묻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3월 한국 대선 등 주요 이벤트 주목
과거 미국의 무관심에 북한은 도발 강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특히 국제적 관심을 끌 수 있고 내부 결속 효과까지 볼 수 있는 시점을 선택하는 전략적 계산에 능했다. 이와 관련,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3월 9일 한국 대선,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등 2월부터 4월까지 주요 이벤트가 몰려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우방인 중국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을 피해 2월말 이후 도발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