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월 영업정지 시작 예상되지만 미뤄질 수도"
행정처분 이전 수주 계약 공정, 일정대로 진행 가능해
2023-01-20 최지혜 기자
[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광주에서 발생한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위기에 놓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를 받게 되면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대외신뢰도가 저하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이 회사가 짓는 아파트 입주예정자에게는 큰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처분이 내려지더라도 기존 공사 현장은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서울특별시에 안전총괄실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존 현장의 공정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처분의 권한은 등록 지자체인 서울시에 있다. 이에 광주광역시 동구청은 현재 현대산업개발의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는 내달 중으로 청문회를 진행하고 1차 행정처분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번 영업정지 요구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 2항 5호와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시행령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영업정지가 내려지더라도 업체가 기존에 진행하던 공사는 그대로 진행된다. 건산법 제14조에 따르면 영업정지처분 또는 등록말소처분을 받은 건설사업자는 처분을 받기 전 도급계약을 체결해 착공한 공사는 계속 시공할 수 있다. 따라서 회사가 진행하는 주택, 사회기반시설 등 전국 65개 현장의 임직원과 근로자에 대한 피해는 예상되지 않는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전국에 공급하는 아파트 아이파크를 분양받은 사람들 역시 일정대로 입주할 수 있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업체는 새로운 시공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건설 현장을 발굴할 수 없게 함으로써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영업정지 시작일부터 업체는 신규 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지만 관련 법에 따라 기존 체결한 수주 건은 운영할 수 있어 다른 현장의 공정은 예정대로 진행 가능하다”며 “다만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에서 업체의 전체 건설공사 현장을 검사해 부실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거나, 현재 공사 중인 재건축 현장 등에서 발주처가 회사의 영업정지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면 공사가 중지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영업정지가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에는 손상을 줄 수 있으나 입주 예정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이미 회사가 공사 중인 아파트를 선분양 받은 고객들이 입장 발표에 신중한 이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지라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도권 대단지의 집값이 크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영업정지 처분 일정은 이르면 3월 시작될 예상되지만 청문회 진행 과정에서 더 미뤄질 수 있다. 서울시는 내달 진행할 청문회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전반적 사실관계와 법리적 해석을 따져 현대건설산업의 혐의를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음달 청문회에서 영업정지에 대한 주재자의 의견이 나온다면 3월 즈음으로 영업정지 시작일이 결정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추가자료가 요청되거나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와 청문회를 다시 진행하게 되면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를 냈다. 사고로 1명이 숨졌으며 5명이 실종됐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17명의 사상자를 낳은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영업조치 징계절차는 지난해 발생한 학동참사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