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계, 정부의 대표소송 직접 추진에 “자국기업 괴롭히기 그만”

경총 “세계 연기금 중 정부 직접 영향력 아래 두는 곳은 한국이 유일” “정부가 직접 기업을 쥐어틀겠다는 의도…반기업 정서 자극해 정치에 활용”

2023-01-25     박효길 기자
재계에서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재계에서 ‘국민연금법’상 검토·심의기구에 불과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제치고 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권한위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은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면 수책위가 아닌 기금위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20일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책위에 일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냈다. 올해부터 예정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는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책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지침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수책위가 판단하도록 이원화돼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인 반면, 수책위는 정부가 주관하는 기금운용위원회 산하기구로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로 구성된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 지적하면서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 상근부회장은 수책위에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기금운용본부 외에 대표소송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기금위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수책위는 기금위의 심의·의결 안건을 사전에 검토·심의하는 기구다. 발제에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탁자의 의무는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대화”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건전한 목적의 대화를 넘어선 과도한 경영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 역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게 되고, 외국 헤지펀드들의 다양한 위협이 가능해진다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정우용 상장협 정책부회장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 차원에서 수탁자책임 활동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금위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책위는 법에 따라 기금위의 순수 자문기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고도 실제 부결된 비율이 평균 2.4%에 불과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지적됐다.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은 수책위 소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