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에 유가 폭등까지…올해 성장률 목표 달성 ‘가시밭길’

정부 "올해 3%대 성장"..."글로벌 리스크 있지만 완만한 회복" 대출 금리·물가 모두 올라…소비 여력 둔화 등 성장동력 깜깜

2023-01-25     이광표 기자
홍남기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4.0%)를 가까스로 달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가장 높은 성장세였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흐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연초부터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닥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 성장 둔화, 유가 급등, 공급망 병목 지속, 기업 원가 부담 제품가격 전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돈줄 죄기와 자산가격 급변동,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등 눈 앞에 위험 요인들이 깔려 있다.  이에 정부가 연초부터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섰지만 거리두기 강화가 지속되면 소비여력 둔화 등 부정적 상황이 길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4%를 기록해 11년만의 경제성장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6.8% 성장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민간 소비와 수출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5년간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2016년 2.9%, 2017년 3.2%, 2018년 2.9%, 2019년 2.2%, 2020년 마이너스(-0.9%)성장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민간 소비가 살아나고 정부소비와 수출이 증가세를 지속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크게 상승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3%대로 잡았다. 코로나 변이 확산 여파에도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3.1% 목표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3.1%로 제시했는데 당시 한국경제가 3%정도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며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 효과가 강력하게 작동된다는 전제 하에 금년 성장률 목표 3.1%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오미크론 여파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많은 영향 미치고 있다"며 "오미크론 같은 방역 문제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라든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운용, 성장둔화, 인플레 문제라든가 여러 여건들이 글로벌 경제에 영향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로 OECD가 글로벌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9월만 해도 5.7%로 전망했는데 12월 5.6%로 낮췄고 IMF도 다음 주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인데 주요국 성장률을 하향조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글로벌 리스크있지만 금년도 완만한 경제회복 흐름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보다 성장전망 다운되지만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제회복 흐름 이어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작년이 팬데믹에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해였다면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계속된 거리두기에 구글 이동성 지수가 올 들어 하락하면서 소비에 악영향을 줄거란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수출(11월 전망 2.6%)보다 소비(3.6%)로 인한 회복세가 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수출보다 소비의 불확실성이 더 크다고 진단한다. 또 하반기로 갈수록 사정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패턴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거리두기 연장에도 소비가 덜 나빠지고 있지만 가계의 소비 여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출이자가 늘어나고 물가 오르고 임금은 물가 상승만큼 오를 가능성이 낮은데 저축마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출 규제에 금리 상승폭이 생각보다 더 빨라서 소비가 살아나려면 임금 상승이 나타나야 하는데 물가가 3%대로 높은 상황에서 실질임금은 개선되기 쉽지 않아 소비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메리츠 증권 연구원은 “재난지원금 준 것을 다 써버린 상황에서 예비적 저축이 많지 않아 소비는 상반기 반짝 개선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의 조기 긴축,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등은 주식, 부동산 가격 변동성을 높여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도 제약시킨다.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소상공인을 지원키로 했지만 자금이 집행되는 시기에도 거리두기가 계속된다면 소비 진작 효과는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수출은 기저효과 등에 절대 증가율이 작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전문가별로 의견이 갈린다.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의 성장률이 작년 각각 6%, 8.1%에서 올해 둘 다 5%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수출에 의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정원일 연구원은 “수출물가가 (월별) 전년대비 15~20% 안팎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가격변수를 차감하면 성장률에 순수출(수출에서 수입 차감) 기여도가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