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HPC 설비 업체 대금 미지급…서산지역 소상공인 ‘파산 위기’
서산지역 소상공인회, 설 앞두고 수백억 해결 기미 없자 ‘집회 시위’ 나서 하도급 참여 PD 협의체, 수천억 미정산 관련 각 대선캠프에 탄원예정
[매일일보 오범택 기자] 서산시 대산읍에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수천억대 대금 미지급 건으로 협력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케미칼 HPC 설비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사들이 플랜트 노조원들과 서산 대산지역 소상공인들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수천억 원대 하도급 미지급 건을 해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협력사 관계자들은 “현대오일뱅크 측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사들이 플랜트 노조원과 소상공인들에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 연쇄 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협력사들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 현대오일뱅크에 체불금 해결을 촉구했으나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무관심으로 인해 해결 기미가 없자 플랜트 노조를 중심으로 집회를 시작한 상태”라고 전했다.
하도급업체의 한 관계자는 “HPC 공사는 이미 지난해 8월 마쳤고, 현재 시운전 중으로 내달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결국 하도급사 돈으로 대기업 공장을 공짜로 지은 격”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대케미칼은 지난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6대4의 지분을 갖고 전략적 합작투자를 통해 설립됐으며. 대산에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DL이앤씨를 통해 협력사들에 하도급을 줘 공사를 진행한다.
일부 협력사들은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현대건설과 분쟁 조정 중에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건설은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발주처인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공사비를 받지 못해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협력사 대금지급 주체는 시행사인 현대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이라며 “EPC 계약방식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도급업체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최종 책임자임에도, 원계약자인 현대건설이나 롯데, DL의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다”며 “하도급사의 애로사항을 알고 있는 원계약자가 현대중공업에 어려움을 전달했으나, 현대오일뱅크 K부회장이 ‘원계약자 해결’ 원칙을 주장하는 등 책임을 회피해 향후 부회장 집 앞에서도 항의성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산공단 소상공인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만 157억 원 수준의 미불금이 남아있는 상태여서 설이라도 쇨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10여 개 하도급사 PD협의체의 미정산금이 대략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만일 명절 전에 해결이 안 될 경우 여야 대선 캠프에도 탄원서 제출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문제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