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통은 무릎을 굽히는 것

2022-01-26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LX한국국토정보공사
[매일일보] “어휴~ 내가 못 살아. 아빠가 제일 신났네” 내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는 딸 1명, 아들 2명을 키우고 있는 다둥이 아빠다. 셋이다 보니 자기들끼리도 잘 놀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아이들이 먼저 놀아달라고 요청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먼저 놀이를 제안하고 아이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놀이를 할 때는 진짜 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즐기려고 노력한다.‘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도 나의 이런 방식을 좋아한다. 일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어려운 나만의 아이들과 소통 방식이다. 소통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나는 동등한 위치, 수평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수평적인 문화가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기업 CEO가 신입사원과 소통하기 위해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다고 해서 수평적인 위치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30세대 수십 명을 모아놓고 회의를 한다고 해서 MZ세대와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내려놓고 동등한 위치, 동등한 눈높이에 서야만 진정한 소통이 된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으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 정보 수집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Dennis Hong)의 육아법은 많은 교훈을 준다. 그는 과학을 공부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각종 실험과 놀이를 즐기며 아이가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중요한 것은 그 역시도 그런 과정을 즐긴다는 것이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그의 아이들은 현재 뛰어난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다. 데니스 홍은 아이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좋다. ‘로봇’이라는 아이들의 로망 때문일 테지만 아이들을 대하는 그의 태도 역시도 인기의 비결이다. 많은 아이들이 데니스 홍을 만나면 사진을 함께 찍고 싶어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찍는 데니스 홍의 사진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보통의 어른들이 상체를 숙여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데 반해, 그는 무릎을 굽혀서 아이와 어깨 높이는 맞춘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데니스 홍의 자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 서야 한다. 영국의 왕세자였던 원저 공(Duke of Windsor)은 남미 순방 계획이 잡히자 여행을 떠나기 전 몇 달에 걸쳐 스페인어를 배웠다. 사람들 앞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일대에서 문학교수 윌리엄 라이언 펠프스(William Lyon Phelps)도 어릴 적 뉴욕의 변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그 변호사는 윌리엄의 집을 방문해서 그 당시 윌리엄이 가장 관심 있었던 보트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 변호사는 사실은 보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사람이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윌리엄은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인간관계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는 ‘인간관계론’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드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관심사에 맞춰 이야기하는 것’을 제시했다. 소통의 기본은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와 소통하고 싶다면 아이의 눈높이에, MZ세대와 소통하고 싶다면 그들의 눈높이에 서야 한다.  인간은 관계의 동물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써 타인과의 관계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관계에서든지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눈높이는 맞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들과 눈높이는 맞추기 위해서 무릎을 굽히는 데니스 홍처럼 우리도 상대방을 위해서 무릎을 굽히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