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긴축 전환 가속화…급변한 산업환경
삼성전자・LG전자, 차입금 줄이며 금리인상 대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유동성 호황 마감 시사
2022-02-06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미국이 양적긴축을 서두르면서 국내 산업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유동성 호황이 마감될 징후로 증시가 폭락하는 등 금융 조달시장이 위축되고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가 상승 부담이 커지는 게 두드러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긴축상황에 대비하고 현대차는 부진한 수요예측으로 계열사 상장을 철회해 넘치던 유동성 시장이 달라졌음을 시사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긴축 정책에 돌입하려 하고 있다. 지난 1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파월 의장은 고용시장을 저해하지 않은 채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많다며 매파적 발언을 했다. 그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최근 한달간 폭락했다. 증시하락은 상장기업의 대출 여건에 부정적이다. 금리가 오르는 추세에 기업들의 자산가치도 하락해 대출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책으로 각국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서 기업들도 대출을 늘리고 신사업 투자를 확대했지만 이러한 기조가 점차 식어갈 조짐이다. 연간 투자 계획 확정을 보류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연말 차입금을 줄이는 등 재무관리에 힘쓴 흔적도 나타난다. 작년초 20조원 정도였던 차입금은 연말 18조원이 됐다. 특히 4분기 동안 7000억원 가까이 차입금을 줄였다. 금리인상으로 부채비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차입비중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작년 3분기까지는 차입금이 늘었으나 4분기부터 감소전환했다. 같은기간 부채비율이 169%에서 166%로, 차입금 비율이 56%서 54%로 개선된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는 이달 상장을 추진했던 현대엔지니어링 일정을 돌연 중단했다.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반응이 싸늘했던 탓이다. 회사측은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했고 최근 주식시장도 악화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긴축은 달러화 강세를 부추겨 국내 기업들의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까지 수출 호조는 계속됐으나 빠르게 오르는 수입가격에 교역조건이 급격히 악화된 것도 부각된다. 무역수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규모 적자도 찍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나 LG전자를 비롯해 철강, 정유・화학 등 지난 4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물류비 부담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며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제품 원가부담에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편, 금리인상 신호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 국제유가는 통상 하방압력을 받지만 최근 유가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며 산업계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각국의 유가 부담 호소에도 중동 산유국들이 기존 생산량 방침을 유지하며 오름세가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정부담이 커진 산유국들이 현 유가 수준을 방어하면서 재정을 확충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