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증시 폭락에 상장계획 철회한 현대차그룹
부진한 증시에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시기 미뤄질 듯
2022-02-06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부진한 증시 여파로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기도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기업공개(IPO) 계획을 연기했다. 지난달 25~26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기대에 밑도는 100대 1 수준에 그쳐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2600선까지 무너지는 등 어두운 증시 분위기는 기관 투심이 얼어붙는 데 영향을 미쳤다. 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건설업에 대한 투자 관심 하락도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철회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기는 늦춰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실탄’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지목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초 구주 매출 1200만주(75%)와 신주 모집 400만주(25%)로 9264억원 공모를 계획했다. 구주 매출이 높다는 건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는 비중이 높음을 뜻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 중이다.
앞서 지난달 5일 현대글로비스 대주주인 정의선 회장 및 정몽구 명예회장 부자가 현대글로비스 지분 10%를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에 매각한 점도 같은 매락으로 해석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글로비스 매각과 더불어 현대엔지어링 구주매출 등으로 정의선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합쳐서 1조29억~1조1233억원(세금 고려 전)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러한 현금 등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실탄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에서는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차의 1대주주가 현대모비스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를 보인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