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장사 내부자 거래, 책임은 꼬리 자르듯

2022-02-09     한경석 칼럼니스트
[매일일보] “당사가 파악하고 있는 바로는 해당 내부자거래 혐의는 조사 대상인 임직원 개개인이 개인적으로 주식 거래를 한 것이 문제 되는 것이고 회사에 재산상 손실을 가져오거나 초래하는 행위가 아니란 점을 우선 알려드린다.” “주식거래의 규모 또한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및 유통주식 수에 비해 매우 적은 수량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바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코스닥 시가총액 2위(28일 기준 약 6조8000억원)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주식 내부자거래 검찰 수사 진행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과문 내용이다. 어떠한 느낌이 드는가? 필자는 주식의 내부자 거래에 관해 회사의 책임보다는 임직원 개개인의 책임이 크다는 내용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건으로 에코프로비엠의 모회사인 에코프로 이동채 회장을 비롯한 핵심임원 4~5명이 피의자로 입건된 점이다.  이들과 관련한 주요 혐의는 지난 2020년 2월 SK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비엠이 맺은 2조7412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 공시 이전에 핵심 임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때 이동채 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미리 입수한 소식으로 예상되는 주가 급등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이끄는 주요 경영진이 내부자 거래를 한 것에 대해 마치 개별적인 책임인 양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내부자 거래 소식이 보도된 지난달 26일 전일보다 19% 이상 내려갔고, 27일도 1% 가량 하락했다. 28일 오전 10시 기준 장중에서도 전일보다 8% 이상 내려가 25일 종가인 40만6300원에서 29만원대 수준으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소재 ‘대장주’로 불렸던 기업의 주가인 만큼 다수 개인투자자의 맘고생은 ‘안 봐도 비디오’다. 주요 경영진의 내부자거래로 회사의 성장과 함께 증가해온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에코프로비엠의 소액주주 비율은 2019년 34%에 불과했지만 2020년 42.7%, 2021년 3분기 기준 46.07%로 꾸준히 높아졌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상장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자 거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구체적인 시스템 마련에 힘을 쓸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도 ‘회사에 끼치는 영향은 작다’, ‘개개인의 문제’라는 식의 회피성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내부자 거래를 개별적인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내부자 거래 통제 시스템을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상장사 내부 직원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상 내부자 거래 통제를 위한 장치는 회사 내부에서 ‘회사 주식 거래를 하지 말아달라’는 공지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이 내용 역시도 금융당국의 감시에 대비해 사내에 전하는 권고성 공지일 뿐 실질적으로 회사 임직원의 회사 주식 거래 통제시스템이라고 보긴 어렵다. 상장사들은 앞으로 에코프로비엠의 악례를 교훈 삼아 자사주를 적극 활용해 직원들에게 사전 지급하고, 회사의 사업 내용에 대해 더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해 주요 사업내용으로 불공정한 주식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사내 시스템 구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