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근로소득자의 노동생산성이 임금인상률을 쫓아가지 못해 기업들의 임금 부담이 높아져 합리적인 임금조정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박서우 연구원이 발표한 ‘임금, 근로시간, 노동생산성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국내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은 25.6%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은 9.8% 상승하는 데 그쳤다. 평균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그에 비례에 노동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1년에 비해 9% 감소했지만 시간당 평균 임금은 49% 증가했다. 또한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구매력평가지수 기준으로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 증가해 미국(12.5%) 독일(17.9%)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평균 근로시간은 10.6% 감소한 반면 미국은 1.9% 독일은 3.6%, 일본은 6.2% 감소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300인 대기업 중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의 10년간 평균임금은 50% 상승했지만 평균 근로시간은 22.4%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또한 2012년과 2019년 한국의 시간당 임금과 1인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의 상승률 격차는 14.8%포인트로 주요 선진국 미국(12.6%p) 영국(14.2%p) 프랑스(12.4%p) 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올해 임금 인상률로 15.7%를 제시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동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해오던 기업들 중심으로 노조와의 올해 임금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수의 고용을 약속한 터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역할을 수행할 인력을 채용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권유에 의해 마지못해 고용을 약속하고 지키지 못할 경우 기업 가치와 이미지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몇 해 전 한 자동차 회사가 기업의 경영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불법파업에 의한 해고자를 사회적 합의를 존중한다는 이름하에 재고용을 했다가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떠 안게 됐다. 이 회사는 현재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 기업의 강성노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명예롭게도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되었다. 인수합병의 가장 커다란 걸림돌로 강성노조가 꼽히기도 한다. 강성노조는 회사의 경영상태와 무관하게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서기 다반사다.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를 넘는 임금 인상은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낮추게 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배분의 공정성 제고와 생산성 향상,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응을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주문한다. 직무가치가 높고 어려운 일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급 설정, 기업의 실적과 개인의 성과를 총보상에 반영, 기본급·법정수당·성과인센티브 등으로 임금 구성항목을 단순화 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