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최근 경영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불안감에 휩쌓였다. 시행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3건의 사례가 발생한 점으로 봤을 때 향후 경영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받는다. 5~49인 사업장은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한다.
첫 사례는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해 매몰된 3명이 숨진 사고다.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판교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이 추락사한 사고도 2호 중대재해법 수사 대상이 됐다.
가장 최근 사건은 지난 11일 여천NCC에서 발생했다.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여천NCC 여수공장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나타났다. 인근 작업자 8명 중 4명이 사망하고 4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 사고 사상자 8명 중 7명(사망 3·경상 4명)은 협력업체 소속이고 1명(사망)은 원청인 여천NCC 소속이다. 원청·협력업체 소속과 상관없이 현장에 근무하는 상시 근로자가 50인 이상이면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의 연이은 발생은 중소기업들에게도 공포감을 불러왔다.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17~24일 중소기업 600곳을 대상으로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들은 최우선 해결 과제로 ‘고용과 노동정책의 불균형(33.7%)’을 꼽았다. 사실상 중대재해법 등이 가장 골칫거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앞서 산업안전보건법도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상으로도 사업주의 책임이 세계 최고 수준(의무조항 1222개)”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모두 기업 탓으로만 돌려 단 한 번의 사고만으로도 대표에 대한 징역 및 벌금 부과(1년 이상 및 10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벌금 부과(50억원 이하), 기업에 대한 행정제재(작업중지, 영업중단), 징벌적 손해배상(손해액의 5배 이내) 등 4중의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행 중인 중대재해법이 중소기업계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견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점으로 봤을 때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의 중소기업들은 사고 발생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면책도 가능하지만, 이는 관련 인력들을 충원해야 가능한 대응이다. 산업안전보건 인력들은 한정됐다. 하지만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평가다.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의 99%, 종사자 수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경제의 근간을 책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현상황을 고려한 노동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은 정부에 대한 현장의 불신도 커지는 추세다. 과연 현재의 노동 정책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