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 시급하다

2023-02-22 이한선 칼럼리스트

이한선

[매일일보]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여러 대선 주자들이 가상자산 관련 투자자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도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고 있어 투자자보호 조치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의해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가 수리되고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듯 하지만, 이 법안은 자금세탁을 방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법안으로 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이를 기준으로 한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는 가상화폐 사업자나 거래소에 대한 기본 규정도 만들어져 있지 않아 이용자보호 등에 제도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다.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기본 규정부터 미비한 상황이다. 최근 가상자산 위믹스의 경우 생태계 조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공개 없이 대량 매도를 통한 자금을 확보해 기업을 인수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됐다. 공시 제도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대량 매도로 피해가 가는 일인데도 알리지 않아 가상자산 보유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이 부당하다고 여길 일이다. 주식에서 통용되는 투자 유의 종목 지정 제도도 일부 거래소만 운용하고 있고 지정 자체도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거래소의 자의적 요소가 들어갈 수 있어 보인다. 기본 시장 규정 법안조차 없으니 가상자산 거래소의 소관 부처도 불분명하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특금법상 사업자 신고 수리를 받았을 뿐 감독 기관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업자 신고 수리를 제외하고는 진공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가 거래소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 기능, 예탁 기능 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비정상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 거래를 하는 증권사와 같은 브로커 기능을 하면서도 이해 상충이 가능한 여러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모든 분야를 담당하면서 자의적으로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장관급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새로운 부처로 운영해 가상자산 관련 산업을 진흥하고 이용자보호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요청이 사업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가상자산 산업 육성과 이용자보호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선과 함께 법안 마련 등 가상자산 산업 관련 제도화 추진에 속도가 붙기를 바란다.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아직 이렇게 빈틈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투자 시 유의할 필요도 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