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병합 8년만 러시아 다시 발호

푸틴, 크림반도처럼 우크라이나 동부 DPR·LPR 병합 수순

2023-02-22     김정인 기자
블라디미르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 지역에 군대 파병을 명령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했던 수순을 따라 이 지역을 병합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LPR과 DPR 독립을 승인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DPR·LPR 지도자들과 우호·협력·원조에 관한 조약도 맺었다. 이어 DPR·LPR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파병하라는 지시도 하달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내 러시아군 배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영TV가 생중계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자신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역사의 핵심적인 부분이며 동부는 러시아의 옛 영토”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외부로부터 통제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꼭두각시 식민지가 됐다”며 NATO의 꼭두각시가 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가 자체에 대한 야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면적 침공의 시작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또한 러시아군이 반군이 장악한 두 곳에만 머물지 아니면 반군들이 자신들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지역까지 진출할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최근 러시아의 행보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와 닮은꼴인 것은 분명하다. 크림반도에 위치한 크림 자치공화국과 세바스토폴특별시는 2014년 대규모 시위대가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축출하자 3월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닷새 만에 주민투표를 실시해 러시아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합병 투표 이틀 만에 크림공화국의 독립국가 지위를 승인하고 이어 다음날 합병 조약에 서명했다. 현재 크림반도는 러시아 연방 체제에 편입된 상태다. 이날 푸틴이 독립을 승인한 DPR·LPR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당시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국가 수립을 선언한 곳들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은 DPR·LPR의 독립 선언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 반군 간 교전이 시작됐다. 이에 교전을 멈추기 위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LPR, DPR 등이 참여한 1차 민스크 협정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중재에 따른 2차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지만 교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러다 푸틴이 DPR·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도 크림반도 합병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