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숫자가 된 죽음

2023-02-23     송병형 기자
송병형
코로나로 인한 위중증 환자 512명, 누적 사망자 수 7607명. 17만1452명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22일의 기록이다. 신규 확진자는 전날 9만9573만 명에서 하루만에 7만 명 넘게 폭증했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32명, 사망자 수는 전날보다 99명 늘었다. 하루 전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고 있지만 당초 예상 범위 내에 있으며 걱정했던 것에 비해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위중증 환자 수는 아직까지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절반 이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치명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병상 가동률도 안정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오미크론 유행도 정점을 지날 날이 머지않았다. 국민들께서 정부를 믿고 자신감을 가져달라”고 했다. 같은 날 방역당국 관계자는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을 거론하며 “한 차례 정도 큰 유행을 거치면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치명률이 높은) 델타보다는 오미크론이 유행하는 상황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다음날 방역당국 브리핑에서는 “풍토병적인 관리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단계”라는 평가도 나왔다. 17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 발표가 나온 23일에도 정부는 김부겸 총리가 나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방역수칙 이행이 느슨해져서는 안 되겠지만 과거와 같이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이미 오미크론에 능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춰뒀다.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대통령부터 방역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자신감은 치명률과 중증화율이 낮아졌다는 데서 나왔다. 질병청 분석에 따르면, 국내 오미크론 변이 중증화율은 0.38%, 치명률은 0.18%로 델타 변이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 계절독감에 비해서 약 2배 수준이다. 김 총리는 “50대 이하로 내려갈수록 위험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3차 접종을 마친 경우에는 계절독감 수준 이하로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폭증세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주말 효과로 주춤하던 검사 수가 증가하며 신규 확진자 수가 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정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 14일 5만7177명이던 신규 확진자는 15일 9만443만 명을 기록했고, 이후 일주일 간 10만 명 안팎을 오가던 수치는 22일 단숨에 17만 명대로 올라섰다. 방역당국은 3월 중 하루 최대 신규 확진자 규모를 27만 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3월 첫 화요일인 1일에는 20만 명대 후반, 이어 대선 본투표 전날인 8일에는 40만 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 위중증 환자도, 사망자 수도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계절독감의 2배 수준이라며 ‘낮은 비율’을 강조하지만 국민의 생명은 숫자로 치부할 수 없다. 국민 누구나 가족 중 누군가가 그 숫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지만 숫자로 치부되는 죽음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