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 패러디의 신세계로 남다른 재미 선사

2023-02-28     강연우 기자
뮤지컬

뮤지컬의 기원을 뮤지컬로 풀어낸 '썸씽로튼'이 남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극 중 패러디/인용 작품들을 소개했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셰익스피어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대의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와 비슷했다면 어땠을까?', '바로 그때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했다면?'과 같은 극작가 커크패트릭 형제의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커크패트릭 형제는 당대 최고의 작가 셰익스피어를 이야기 속으로 데려와 자신들만의 상상력을 더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로 재탄생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시킨 캐릭터부터 자연스럽게 녹여낸 대사까지 '썸씽로튼' 곳곳에서 셰익스피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대표적인 캐릭터로 '비아'와 '샤일록'을 들 수 있다. 극 중 비아는 사회가 금지하던 여성의 사회 활동 제약에 반대하며 남장도 서슴지 않고 가장의 역할을 자처한다.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여성 영웅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비아는 특정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기 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반영된 여성상을 응축해 만든 캐릭터로 볼 수 있다. 특히 '썸씽로튼' 마지막 법정 씬에서 선보이는 비아의 활약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서 기지를 발휘해 안토니오를 살리는 여성 캐릭터 포샤와 닮아 있기도 하다.

샤일록은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동명의 캐릭터로부터 탄생했다. 이름뿐 아니라 유대인 대금업자라는 캐릭터 설정까지 동일한데 자신에게 돈을 빌린 닉이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자 "못 갚으면 네 살가죽 1파운드를 벗겨내겠어"라는 희곡의 명대사를 언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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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썸씽로튼'에 등장하는 극중극 '오믈릿'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의 스토리 라인을 따르며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오믈릿'에는 아버지를 잃은 왕자, 자신의 삼촌과 어머니의 재혼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아버지의 유령과 같은 캐릭터뿐 아니라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달걀(원문-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to be or not to be(사느냐 죽느냐)" 등의 대사가 극 중 스토리에 적절하게 녹아들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발한 변주를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뿐 아니라 다양한 뮤지컬까지 더해 패러디의 정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익히 잘 알려진 넘버 'A Musical'은 약 10여 분에 달하는 장면 내내 패러디로 무대를 꾸민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노트르담 드 파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멜로디부터 '애비뉴Q', '싱잉인더레인', '시카고', '렌트', '애니', '캣츠' 등 단번에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동작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또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포함된 원곡의 맥락은 해치지 않으면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익숙한 작품들을 더한 편곡 덕분에 보다 쉽게 즐길 수 있음은 물론 국내 창작 뮤지컬 '서편제'까지 등장해 한국 공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무대로 특별함을 자랑한다.

이처럼 호기심에서 시작해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는 '썸씽로튼'만의 지적(知的) 유희의 세계를 완성하며 관객들을 유혹한다. 몰라도 재미있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패러디 작품을 찾아내는 재미가 남다른 관전 포인트로 자리 잡은 '썸씽로튼'은 4월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