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색깔의 옷을 입고 공연장 앞에서 길게 늘어선 행렬, 대형 플랜카드와 풍선.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향해 열광하며 일방향성으로 숭배하던 팬들은 이제 찾기 어렵다. 오빠 부대, 온라인 커뮤니티, SNS 팔로우 등으로 스타와 소통했던 팬들은 이제 단순 추종자에서 벗어나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키워 나가는 능동적 역할자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음악에 담긴 가치를 공유하고, 때로는 팬을 넘어 아티스트의 성장을 돕는 파트너의 역할까지도 담당한다. 특별한 연대의식으로 뭉쳐진 끈끈한 유대감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과 더불어 음악 생태계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실 K팝 생태계는 현재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투자되는 리소스에 대비해 안정적이지 못한 구조를 띄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 1개를 데뷔시키는 데에는 1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다. 음반 제작, 안무, 방송, 의상, 미용을 비롯해 홍보 마케팅까지 많은 비용이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하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거대 기획사나 대기업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악을 만들고 아티스트를 육성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BTS나 블랙핑크 등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K팝 생태계가 현재의 대세감을 유지하면서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작자와 아티스트들이 음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19 장기화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면서 음원 수익 외에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사, 작곡 생태계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3-400곡 이상을 보유한 경력 20년 이상, 국내 대표적인 유명 작곡가의 평균적인 연 저작권료는 대체적으로 1~3억 선에 불가하다. 이는 한 산업을 움직이고, 국내 대중 누구나 아는 파급력을 가진 대표격의 인물임을 감안하면 그 수익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작업실 확장, 곡 작업, 제작 및 신규 사업 등 여기에는 수 억에서 많게는 수십 억대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이들의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 하나가 ‘저작권의 유동화’다. 스타트업인 뮤직카우는 대표적 무형자산인 대중음악의 저작권으로부터 발생되는 저작권료를 구매한 지분 비율로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고안해 유동화를 실현시켰다.
뮤직카우는 창작 및 제작자들에게 본인들이 소유한 곡들의 미래 저작권료 가치를 현재 가치로 산정해 이를 목돈으로 일시에 정산하고, 이후 플랫폼을 통해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 음악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를 다시 원 저작권자에게 추가로 지급해 다음 창작을 위한 경제적 토대 마련은 물론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한다. 팬들 역시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소장하고 특별한 유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약 200여명의 국내 대표 창작, 제작자들이 뮤직카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많은 팬, 투자자, 대중 역시 높은 호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막 3년이 지난 음악 저작권 투자 시장은 어느새 이용자 90만으로 확장되어 현재 약 1000여 곡이 거래되고 있다. 이는 모처럼 우리 음악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것이다.
듣는 음악에서 소장하는 음악의 형태로 변화되면서 아티스트를 위한 음악 투자는 팬과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팬테크(Fan-Tech) 문화로도 발전하고 있다. 실제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에서 나오는 저작권료 배당 외에도 곡의 시세 변동으로 인한 추가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 서비스에 외에도 유튜브 등 활용 매체들이 다변화되어 정산되는 저작권료가 상승하고 있기도 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은 ‘팬덤’이다. 팬이 없으면 이 산업은 유지될 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대중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과 컨텐츠 역시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 결국 이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성장하려면 아티스트, 팬 모두가 윈윈하고 더욱 끈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