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이 대세라던데”…편의점에선 왜 안보일까
‘제품 의무표시 사항’ 표기가 걸림돌…낱개 판매 어려워
‘라벨 완전 삭제’ 아닌 병목으로 이동…‘그린워싱’ 우려
2023-03-02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김민주 기자] ‘무라벨’ 음료 출시가 늘고 있지만 편의점에서 무라벨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제품 의무표시 사항’이 편의점의 무라벨 음료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제조사‧용량‧영양정보 등 필수표시 항목을 라벨 없이 개별 페트병에 기입하기 어려워, 묶음 포장재에 일괄 표기한다. 1~2인용 소용량 낱개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편의점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무라벨을 표방한 제품일지라도 완전 무라벨이 아닌 병목에 소형 라벨을 부착해 비닐 사용을 최소화 반쪽 무라벨이 존재할 뿐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칠성‧농심‧코카콜라‧오리온 등 식음료업체들은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묶음형 무라벨 음료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오리온의 ‘닥터유 제주용암수 무라벨’을 비롯해 동원F&B ‘에코보리’, 코카콜라 ‘씨그램‧스프라이트 라벨프리’,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트레비‧펩시제로 에코 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제품들은 20~24개 묶음 판매 단위로 출시된다. 상품명과 수원지를 페트병에 음각으로 새겨 넣고, 뚜껑의 색깔로 맛을 구분한다.
하지만 묶음상품이 아닌 개별 상품 가운데 무라벨은 드물다.
환경부에 따르면 음료병 몸체에 직접 인쇄가 된 경우, ‘재활용 용이성 평가’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로 구분된다. 재활용이 완전 불가능하진 않지만, 인쇄 문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공정과 비용이 발생해서다.
그렇다고 낱개 판매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CU‧GS25‧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3사는 지난해 ‘넥필름’을 활용해 ‘무라벨 PB생수’를 출시했다. 병 목 부분에 바코드를 포함한 상표 정보를 기입한 소형 비닐 라벨을 두르는 방식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 ECO’, 하이트진로의 ‘무라벨 석수 500ml’ 등도 낱개 제품에 한해 넥필름을 사용 중이다. 현재 묶음 단위로만 팔리는 농심의 ‘무라벨 백산수’도 연내 같은 방법으로 낱개 판매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넥필름의 경우 실질적으로 ‘무(無)라벨’ 상품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존 제품 허리 부분에 두르던 띠를 병목으로 축소해 위치만 옮겼을 뿐 라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린워싱’도 우려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업계관계자는 “라벨 사용을 최소화한 방법이 넥필름인데 여기서 더 축소 및 삭제하는 건 아직까진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아직 미흡하긴 하나 ‘완전 무라벨’로 가기 위해 표기법을 완화하거나 QR코드 등으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