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인류 존망이 걸린 우크라 사태

2022-03-03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교육당국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으로 ‘멈춰’ 운동을 전개했다. 학생들이 폭력을 보면 일제히 ‘멈춰’를 외치게 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 점에서 조롱 섞인 밈이 됐다. 하지만 이 멈춰 운동은 해외 심리학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선진국에서는 학교폭력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국내 교육당국도 이 프로그램 도입 후 학교폭력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대해 미국이나 서방이 원군을 파견하지 않고 경제제재만 하고 있다. 크림반도 병합 이후 경제제재로 러시아는 타격을 받았지만 또다시 전쟁을 일으킨 것을 보면 제재 효과는 회의적이다. 러시아는 경제제재에 대한 대처가 가능할 것이란 학습효과만 생겼다. 그렇다고 우크라 우방이 원군을 파견해 무력충돌이 확대되면 제3차 세계대전, 심지어 세계 종말을 불러올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우크라 민간지역을 무차별 포격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 각국에선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을 정도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과거 핵보유국에서 핵포기를 강요받은 이유가 미국과 서방이 전쟁 발발 시 지켜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번 전쟁 사례로 각국은 유엔이나 미국의 보호막을 믿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은 유엔 초창기에 침공 행위를 막기 위해 지원받은 첫 번째 나라였다. 그런 한국이 우크라 사태를 넋놓고 지켜보는 데도 만감이 교차한다. 국제사회의 평화조약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무기판매가 늘어날 방산업체들만 쾌재를 부르게 됐다. 러시아는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데다 민간지역을 공격하고 전쟁범죄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전환으로 세계의 장벽이 온라인선으로 무너진 21세기에 전쟁이 웬 말인가라는 황당한 반응들에 동조하게 된다. 푸틴이 장기집권을 노리고 혹은 권력이 너무 커져 현실감각이 무너졌다는 분석 등은 독재자의 독선이 존재하는 통치국가가 21세기에도 무차별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번 전쟁 결과는 그들 독재국가에 대한 경고가 될지, 학습효과가 될지 인류 존망이 걸린 역사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애플이 러시아 제품 판매를 중단 선언했다. BP, 셸, GM 등 글로벌 메이저들도 러시아 사업 철수 방침을 밝혔다. 이런 러시아 보이콧은 국제사회 악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방은 스위프트제재로 러시아의 군자금을 옥죄고 미국은 해외직접제품규제(FDPR)로 러시아의 산업 시스템을 압박한다. 이러한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만행 만큼 역사에 없던 강력한 수준이다. 러시아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고 외화유출을 차단하는 등 긴급 대책에 나선 것을 보면 효과는 상당한 듯 보인다. 반신반의한 ‘멈춰’ 프로그램처럼 물리적 충돌이 아닌 제재로 러시아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가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침공하자 중국 전투기들이 대만 경계로 간주되는 해협 근처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이번 전쟁 결과로 제2, 제3의 러시아가 등장하고 그 속에 북한을 옆에 둔 한국도 피해국이 될 가능성마저 도사린다.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의 선전으로 러시아와 정전 협상을 이끌어냈다. 유엔과 미국, 서방의 경제제재도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밀어넣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인류가 또다른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정의가 승리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