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코로나19도 이제 끝물인데, 조만간 해외여행 계획이 있는지. 그러면 당신은 잠재적 밀수범이 될 수도 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해외 면세점에서 큰 맘 먹고 값비싼 물품을 사게 된다. 시계, 핸드백 등 그 무엇이든.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쯤 공항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포장지를 뜯고 박스마저 없앤다.
세관을 통과할 때 원래 가져 나간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면세 한도가 600달러에 불과하다 보니 빚어진 일이다. 600달러면 위스키 한병에 화장품 한두개 집어들면 그만 땡이다.
면세점을 돌다 보면 ‘눈에 차는’ 물건은 수천달러를 훌쩍 넘는다. 우리네 살림살이가 나아져 그만큼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가만 이 면세한도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2014년이다. 이것도 기존 400달러였던 것을 정부에서 큰 맘 먹고 200달러 올린 것이다. 벌써 10년이 다 돼간다.
가까운 일본의 면세한도는 20만엔이다. 달러로 따져봤을 때 우리의 3배에 가깝다. 물론 일본의 국부(國富)가 우리보다 훨씬 크긴 하지만, 각 개인들 생활수준은 엇비슷하다. 가령,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일본이 4만360달러(2020년)고 한국은 3만2960달러이니. 이런 상황이니 정부의 규제 잣대가 잠재적 밀수범을 대량 양산하는 모양새다.
관세법상 면세한도를 넘어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들여오면 밀수다. 이같은 행위는 1건만 걸려도 졸지에 밀수범이 된다. 이 때문에 면세한도를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해 2000달러로 상향해야 한다는 각계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당장 잠재적 밀수범 양산을 막을 수 있어서다.
국내 면세점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 면세점 등에서 쓴 금액은 35조원 규모(2019년)로 집계된다. 만일 면세한도가 상향된다면 이중 상당한 부분이 국내 소비로 되돌려지게 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국회가 쥐고 있다. 관세법 개정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국회는 조세 형평성, 사치소비 조장 등의 이유를 들어 주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면세한도를 800달러까지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폐기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는 견강부회(牽强附會) 논리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얘기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다시금 숙고하는 자세도 분명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