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유통업계, 규제보다 상생 원한다
10년 족쇄 된 ‘유통법’… 차기 정부 변화된 정책 기대
중소기업 유연한 노동정책도입 손실보상제 시행 요구
제약업계 부처에 흩어진 정책에 컨트롤타워 마련 바람
2022-03-10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강소슬 기자] 중기·유통업계는 새정부에 규제 완화를 통한 상생 분위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제약업계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새정부에서 실현되길 바라고 있다.
새 정부의 윤곽이 드러나자 각 업계에서는 후보들이 내세웠던 공약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이들은 업계에 긍정적인 공약은 실행되기를, 반대로 부정적인 공약은 수정보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중기·유통·제약업계가 내놓은 새정부에 대한 기대는 각각 차이가 있지만 '규제완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유통업계는 규제 중심의 유통산업발전법이 상생을 기반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주 52시간 근로제의 탄력 운영 등 유연한 노동정책 도입을 원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흩어져 있는 업계 관련 정책을 한 부처에서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건립을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유통산업발전법 상생 중심 개정 필요=유통업계는 대선 이후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상생 가능한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을 개정하길 바라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뿌리는 1961년 시장법이다. 이후 1997년 유통산업 선진화와 유통기능 효율화, 소비자 편익의 증진을 위해 제정됐지만 2010년 개정되면서 의무휴업, 출점 제한 등 규제로 점철됐다. 업계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내세웠지만 이는 실패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출 상승효과는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소상공인의 매출은 6.1%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11.4% 감소했다.
그러나 유통법은 보다 강력한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16건에는 복합쇼핑몰, 면세점은 물론 식자재마트까지 의무휴업을 적용해야한다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시장 살린다며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건 애초에 다른 성격을 가진 시장을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놓고 규제하는 것”이라며 “현재 유통법은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10년간 증명한 만큼 차기 정부는 무조건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시설과 전통시장, 소상공인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건립해야=제약·바이오업계는 산업육성 정책과 예산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새 정권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017년부터 통합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줄 것을 촉구해온 바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초연구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가, 상용화 및 의료기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해 비효율적인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분과를 설립해 컨트롤타워를 수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으나 아직까지 일원화하진 못했다.
제약·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기술 수출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새 정부가 통합된 규제·심사 기관을 마련해 이를 지원한다면,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바이오 선진국 반열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실에 맞는 노동정책을=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새 정부가 유연한 노동정책을 도입하길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의 탄력적인 운영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납기일을 맞춰야 하는 시기에는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 어려워서다.
실제 중소기업 절반 이상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299인 중소기업 41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주52시간제 시행 실태 및 제도개선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54.1%는 ‘주52시간제 시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주52시간 근무제 대응방법으로는 30.7%가 ‘탄력근로, 선택근로 등 유연근무제 도입’을 꼽았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행된 급진적 친노동 정책에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유동적 대응이 어려워 더욱 힘든 상황과 직면했다”며 “새로운 정부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중립에서 무게추를 잡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줄어든 소상공인들을 위해 손실보상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전체 피해액의 80%만 지급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는 대선 시기에 맞춘 보여주기식 공약에서 끝나지 않고, 임기 중 소상공인의 회복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