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의 킬링 포인트는 단연 ‘초박빙 승부’였다.
10일 오전 6시 21분 기준 개표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불과 24만표, 0.73%의 표를 더 받아 이겼다.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초박빙 대선 결과다.
대선 결과가 나오자 이곳저곳에서 윤 당선인이 이긴 원인을 분석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기자의 시각에서 이정도 표 차이라면 승리의 비결을 찾아내는 것은 호들갑이라고 본다.
결과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이재명 후보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는 것이 보통의 관점이다.
우선, 이 후보가 가진 여러 장점만큼 뚜렷하게 부각됐던 그의 개인적인 과오들이 일반 상식선을 넘는 수준이었다. 유럽과 미국에 비해 지도자의 개인 사생활이나 도덕성을 유독 강조하는 풍토 속에서 이 후보가 지지자들의 표를 고스란히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더욱 본질적으로는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후계자가 아님을 자처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왔다는 애매모호한 계보에서 오는 표 이탈이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모든 부정적 관측은 빗나갔고, 이 후보, 어쩌면 민주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가 상상이상으로 넓고 단단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5년은 과거 어느 대통령과 비교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을 들고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을 주도하고 세운 정권이다. 국민들은 높은 기대감으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초거대 여당까지 만들어줬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진보정치가 가진 맹점과 한계만 여실히 노출하면서 탄핵 5년 만에 다시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1987년 개헌 이후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던 ‘10년 집권론’도 깨졌다. 문 정부는 선거 당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라는 표어가 딱 맞는 정부였다. 누굴 위해 펼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탈원전정책을 시작으로 5년 내내 지속된 반미친중 외교, 친북정책이 이어졌다.
조국사태는 ‘기득권 진보’가 입으로는 개혁과 청렴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보수 기득권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부패한 민낯을 노출하고 말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 신설 등은 그 부작용이 명확한 데도 불구하고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으로 밀어붙였다. 반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각종 산업규제를 신설한 것도 재계를 긴장시켰다. 어디서 그 많은 돈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곳간을 풀어 나눠준 재정주의는 차기는 물론 차차기 정부에게 큰 부담을 물려줬다.
여러 가지 중에서도 문 정부 실정의 백미는 ‘부동산 정책 실패’다. 서울·경기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기존 시세보다 2~3배 이상 아파트 값이 올랐다. 그 사이 무수히 많은 대출규제와 세금정책이 있었지만 역효과만 냈을 뿐이다.
문 대통령·민주당 정권 5년을 몸소 겪은 국민 중 절반은 정권 유지를 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국민의 정치정향이 과거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