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원가상승 취약’ 조선·항공, 수익성 방어 안간힘

조선업계, 철강업계와 상반기 후판값 ‘동결’로 막판 줄다리기 항공, 화물사업 확대…파생상품거래 통해 유가 변동 위험 대비

2022-03-13     김아라 기자
유가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원가 상승 부담에 취약한 대표적 업종인 조선·항공업계는 수익성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t당 152.4달러로 연초보다 24% 올랐다. 철광석값 급등에 따라 조선용 후판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조선업계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박의 갑판과 외벽에 주로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후판 가격은 이미 지난해에만 t당 60만원대에서 110만원대까지 2배가량 올랐다. 후판값은 통상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해 조선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조선해양은 1조3848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3120억원, 대우조선해양은 1조75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후판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한 결과다. 이에 조선업계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시작된 철강업계와의 후판 가격 협상에서 막판 줄다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와 거래금액이 7조원이 넘는 가운데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후판 가격 동결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의 ‘비명’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제 항공유 가격 지수는 387.4를 기록했다. 지난달 25일만 하더라도 303.8이었는데 일주일 새 27.51% 급등했다. 통상 유류비는 국내 항공사 전체 영업비의 30%가량을 차지한다. 항공사는 국제 유가가 1달러만 올라도 연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가량의 손실을 본다. 예컨대, 대한항공의 경우 항공유 가격이 1달러 오르면 3000만달러(한화 약 371억1000만원)씩 손해를 입는다. 국제 유가가 180달러까지 오르면 대한항공의 연간 연료비는 3조원 이상으로 늘 수도 있는 것이다. 항공사들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할증료를 올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를 편도당 99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달 5500원에서 두달 새 80%(4400원) 올랐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동일한 할증료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류할증료 급등에 따른 항공권 인상은 소비자 구매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항공사들은 소비자에게 마냥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 없어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 등 일부 LCC들은 화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항공화물운임이 1년여 만에 2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그동안 화물운송 사업으로 수익성을 보완한 FSC(대형항공사)들마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파생상품거래 등을 통해 유가 변동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실적 개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