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조 고검장 “음해 세력이 얼굴 망쳐 놨다”

검찰 내부통신망에 “떡값 전달책 억울하다” 심경 고백
나름대로 삼성과 중앙일보 거리 두고 검사생활 했다”

2006-09-02     매일일보
옛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 일부가 공개돼 삼성그룹으로부터 소위 ‘떡값’을 후배검사들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홍석조 광주고검장이 검찰 내부통신망에 “떡값을 나눠 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글을 지난달 31일 올렸다.홍 고검장은 특히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는데 제가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망쳐 놓았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고 주장해 대응이 주목된다.

 “왜곡된 황당한 내용이라 저절로 해명 될 줄 알았다”

홍석조 고검장은 <검찰 가족 여러분께>라는 A4용지 7장의 글에서 우선 “손으로는 ‘미안하다’고 타자를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내가 과연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수모를 받고 검찰 가족들께 이런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이르렀는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홍 고검장은 이어 “처음 노회찬 의원이 떡값검사를 공개하면서 저와 관련해 왜곡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황당한 내용이라 저절로 해명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는데 너무 안이한 판단이었다”고 자신을 질책했다. 그는 그러면서 “즉각 나서서 해명을 하자니 ‘없는 사실을 없다’고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고, 한편 말꼬리를 잡혀 또 다른 시비 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러나 침묵이 시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진상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글을 올리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회장이나 중앙일보 사장이 뭐가 아쉬워 후배검사에게 로비하도록 시키겠나”

떡값 전달 의혹과 관련, 홍 고검장은 “저는 형(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으로부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돌리라는 명목으로 돈을 전달받은 적이 결코 없고 따라서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나누어 준 사실도 없다”며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이라고 준다 해서 받을 검사는 없어 글로 쓰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말”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나라 일을 하면서 개인 돈을 쓰는 것이 비리의 시초가 된다는 일반적인 소신 외에 제가 부자라고 해서 개인 돈을 쓰다 보면 동료나 후임자가 곤란할 것이란 생각에서 제 돈을 쓸 때에도 함부로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홍 고검장은 “그런데 노회찬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과 월간조선에 공개된 녹취록의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과연 녹음테이프의 내용이 정확하게 녹취된 것인지, 편집된 것은 아닌지 등 녹취록의 정확성에서부터 의문이 든다”며 “자형(삼성회장)이나 형이 저를 삼성 로비용 창구로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그는 그러면서 “삼성회장이나 중앙일보 사장이 무엇이 아쉬워서 잘 나가는 처남(동생)으로 하여금 후배검사들에게 로비를 하도록 시키겠는지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 사회에서 가진 사람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처신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저는 ‘있는 놈이 되게 짜게 구네’라는 말도 듣지 않으면서 ‘자기가 부자라고 돈을 막 쓰고 다닌다’는 말도 안 듣도록 처신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고 말했다.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하려는 사람들이 교차점에 있는 나를 흔들고 있다”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괴롭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쉰 홍 고검장은 “아버님이 생존해 계실 때는 아버님의 아들로, 돌아가신 뒤에는 삼성회장의 처남으로, 중앙일보 회장의 동생으로 남에게 인식되거나 거론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며 “왜 인간 홍석조를 보지 않고 ‘누구의 무엇’으로 표현하느냐고 대놓고 말한 적도 있고, 나름대로 삼성과 중앙일보와 거리를 두고 검사생활을 했다”고 인간적인 고뇌도 털어놨다.

그는 또 “형이나 자형이 검찰에서 조사 받을 때도 검사 등에게 한 마디 부탁해 본 일이 없다”며 “사리를 따져 보더라도 가장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일을 처리할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저를 동원해 일을 해결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홍 고검장은 “금년 초부터 저는 재산문제 등 갖가지 구설에 시달렸는데 언론은 친절하게도 제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형 이름을, 형 문제가 거론될 때에는 제 이름을 꼬박꼬박 세트로 보도했다”며 “저의 재산 증가는 재테크를 잘해서가 아니라 비상장 주식이 상장됨으로써 수량 변동 없이 평가차액만 발생했을 따름”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 사건에 대해서는 그는 “ 대상사건과 관련해 제게 ‘죄’가 있다면 인천지검장으로 발령 받은 점과 대상의 임 회장이 조카(삼성 이재용 상무)의 장인이라는 사실뿐”이라며 “이번 사건만 해도 저의 말과 행동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고,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특히 홍 고검장은 “앞서 말씀드린 모든 사안에서 제가 한 행동은 아무 것도 없어 해명하려 나서기도 참 이상한 처지가 됐다”며 “삼성과 중앙일보를 공격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그 교차점에 놓인 저를 흔들고 있는데 제가 정상적인 공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을 망쳐 놓았다”고 주장했다.

 “떡값 전달책 정말 억울하다…모든 수단 동원해 잘못 바로 잡겠다”

그는 그러면서 “행정부 공직자 중 제일 부자라는 제가 돈과 관련된 문제로 공직생활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차라리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인품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으나 떡값 전달책은 정말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홍 고검장은 “지금 고검장인데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며 “그러나 지금 그만둔다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고, 제가 일생 동안 지켜왔던 명예와 주지도 않은 돈을 받았다고 의심받는 ‘주니어(후배검사)’들의 명예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아울러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저의 동료와 검찰을 위해서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고 한다”고 말해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홍 고검장은 끝으로 “이 글을 쓰려고 며칠 밤을 설쳤으며, 감정을 다스리기가 어려워 때로는 격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제 처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됐나 한심한 생각도 들었고,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악을 써보고 싶을 정도로 미움이 솟아오르기도 했다”면서 “어쨌든 글로나마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해지는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신종철 기자<매일일보 법조팀/로이슈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