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붕괴직전인데…‘코로나 등급 하향 조정’ 논란

신속항원검사 ‘양성’ 확진 분류…확진자 급증 정부 “코로나19 1급 감염병 제외” 검토…의료계 의견 분분 찬성 측 “의료 과부하 해소” VS 반대 측 “환자 부담 우려”

2022-03-17     이용 기자
광주
[매일일보 이용 기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60만명대로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16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1급으로 지정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감염병 등급을 1∼4급으로 나눠 등급별 확진자 신고와 관리 체계를 각각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의 우려가 높은 1급 감염병은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 의무가 있다. 환자가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조사를 실시하고 입원치료를 할 수 있다. IT기술을 활용한 확진자 동선 추적도 가능하다. 2급·3급 감염병은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내에 신고 의무가 있다. 2급 감염병은 전파 가능성에 따라 격리가 필요하다. 4급 감염병은 신고 의무가 없으며, 표본 감시 기관에서 발생한 것만 집계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 감염 등급을 유연하게 조정해 국민의 일상회복을 돕고 의료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설명이다. 의료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찬성 측은 치명률이 낮아진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으로 분류해 대응하기에는 의료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위중증 환자가 증가하는 현재, 감염 등급 하향은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찬성 측은 폭증하고 있는 확진자들을 가려내 1급 수준으로 대응한다면 의료 체계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의사회는 지난 3일 보건복지부 등에 공문을 보내 "1급 감염병 대응은 일일 확진자 수가 몇백명 수준일 때 가능했다“며 코로나19를 제2급 감염병이나 4급 감염병에 준하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역당국이 지난 14일부터 동네 병·의원에서 받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인 사람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 없이 바로 코로나19 확진자로 분류하면서, 최근 신규 확진자 수가 대폭 증가한 상황이다. 한 공공의료원 의료인은 “최근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병상 가동률은 일주일째 60%대로, 매일 1~2% 오르고 있다. 지금 확산세를 고려하면 4월 중반에는 병상 부족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환자 대비 의료 인력 부족도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찬성 측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0.05∼0.1%)으로 낮아졌다는 사실을 근거로, 감염 등급을 평범한 독감 수준으로 하향 조정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대 측은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위중증자도 증가하고 있어 정점에 이르기 전까지 코로나19의 감염 등급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8일 이후 10일 연속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는 429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400명대에 올라섰다. 또한 감염 등급 하락은 국민의 금전 부담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감염병 등급을 낮춰 격리 의무가 해제되면 치료비 및 생활비, 유전자증폭(PCR) 검사 비용 모두 환자가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대본은 이에 대해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신고 의무 외에도 의료비 지원, 방역 조치 등이 변화할 수 있다”며 “다만 조정에 따른 의료비 지원 변화 등은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대학병원 의료인은 “현행 등급이 1급이라 해도 현장의 의료 조치 수준은 2~4급 정도다. 등급 명칭만 바꿨을 뿐인데 국민들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