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둘러싼 ‘동상이몽’ 美·OPEC 힘겨루기 본격화

WTI 10일 만에 배럴당 30달러 폭락… 변동성 확대 사우디 중심 OPEC, 美 유가 안정위한 증산 요구 거부 ‘바이든 불신’ 사우디, 中 원유거래 위안화 결제 협의중

2023-03-20     이상래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미국과 석유수출기구(OPEC)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유가를 둘러싸고 미국 바이든 정부와 OPEC의 맹주 사우디아리비아가 불편한 관계를 보이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불안정한 가격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OPEC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7%(1.72달러) 오른 104.70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6일 배럴당 130달러와 비교해 20달러 이상 폭락한 것이다. 지난 17일 배럴당 100달러로 회복한 것도 3일 만이기도 하다. 국제 유가의 안정을 위해 미국 정부는 OPEC에 증산을 요구한 상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보고서에서 4월부터 하루 300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합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국제 유가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대대적 증산 요구를 OPEC은 거부한 상태다. 심지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거부해 미국 정부의 국제 유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칠 정도다. 실제 OPEC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심각하게 둔화하고 원유 수요도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OPEC은 월례 시장 보고서에서 이번 분쟁이 세계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은 고통스러울 것이고 그 여파로 원유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OPEC의 불협화음에는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바이든 정부의 갈등이 관련 깊다고 본다. WSJ에 따르면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바이든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 나서고,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점에 분노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미국 민주당과 사우디 왕실의 갈등의 골은 깊다.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을 때 민주당을 중심으로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의 배후설을 제기하며 제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와 사우디 왕실의 갈등은 사우디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원유 일부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25% 이상을 거래한다. 지난 6년간 중단됐던 중국과 사우디의 위안화 결제 협상이 성사되면 글로벌 석유 시장에서 미 달러 패권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과 사우디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국제유가의 높은 변동성에 기업들은 경영 불확실성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