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이석기 사태’에도 침묵

朴, 논란 확대 경계… ‘공안통’ 김기춘, '신공안정국' 장악 주목

2014-09-03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청와대는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국주도권을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언급한 적이 없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할 경우 오히려 논란만 키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다만 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체포동의안을 지체 없이 재가했다는 점은 이번 사건이 ‘신공안 정국’으로 확대되며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간접적으로 빠른 대처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번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의 인식은 드러난 적이 없으나 이 사건이 처음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8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만일 사실이라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힌 것이 박 대통령의 입장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박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1년여전 이 의원은 물론 같은 당 김재연 의원에 대해 ‘국가관’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한데서 유추해볼 수 있다.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1일 의원총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종북’ 논란에 휩싸인 이·김 의원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또 “국회라는 곳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를 다루는 곳인데,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또 국민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사퇴를 안 하면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통해 제명하자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여야 양당의 원내 지도부가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사퇴가 안 되면 그렇게 가야된다고 본다”고 답했다.이·김 의원에 대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공개리에 언급한 것이다.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이번 체포동의안에 대한 국무총리 결재가 이어지자마자 신속하게 재가한 것으로 보인다.또한 국정원 개혁 논란 와중에서 정국의 ‘급반전’을 이뤄낸 이번 사태를 놓고 일부 언론에서 남재준 국정원장과 함께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 실장의 경우도 의정활동 시절 ‘친북 활동’에 대한 반감을 명확히 드러낸 인사였다.김 실장은 이 의원의 내란음모 관련 수사로  ‘신공안 정국’이 조성되면서 정국장악에도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김 실장은 17대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도록 지휘권을 발동해 파문이 일자 “검찰권과 국가보안법을 무력화하고 간첩과 국가보안법 사범을 옹호하는 게 시대정신이냐”고 따진 바 있다.2006년에는 “내년으로 정권을 도둑맞은 지 10년이 되며 친북좌파한테 10년간 나라를 맡기는 큰 죄를 국민에게 졌다”고 말하기도 했다.김 실장은 검사 출신으로 유신 시절인 1974년 9월부터 1979년까지 중앙정보부 5국장(대공수사국장)을 지내며 숱한 공안수사를 이끌었다. 또 문익환 목사,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과 김대중 신민당 총재 기소 등 70∼80년대 공안정국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이처럼 대형 공안수사로 경력을 쌓은 김 실장은 ‘이석기 사태’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 수사를 검찰이 아닌 국정원이 주도해 김 실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권 고위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오랫동안 수사를 벌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김 실장이 직접적으로 이번 사건을 주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그의 경력을 봤을 때 의심의 눈초리가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