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감귤 ‘탐나는봉’, 국내 최초로 사용료 받고 미국 진출
2035년까지 23만 6000 주 계약… 국내 감귤 첫 사례
2022-03-22 전승완 기자
[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국내 기술로 개발한 감귤 ‘탐나는봉’이 사용료(로열티)를 받고 미국땅에 심어지게 됐다. 우리 감귤 품종의 첫 해외 진출이다.
농촌진흥청은 2010년 개발한 ‘탐나는봉’을 미국 현지 감귤 재배 유통 업체(M. Park INC.)에 기술이전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2017년부터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미국 실증재배를 진행해 온 결과, 미국에서 재배되던 기존 일본 품종(부지화(상품명: 한라봉))보다 ‘탐나는봉’이 우수하다는 평을 받아 체결하게 됐다.
계약 기간은 올해부터 품종보호가 만료되는 2035년까지 14년간이다. 계약 물량은 총 23만 6000 주(그루)로, 올해 1만 주를 시작으로 점차 재배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며, 금액으로는 1주당 1.25 달러씩 총 29만 5000달러(3억 6500만 원) 규모이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국내 생산 농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미국 내 생산 판매만을 허용하며, 현지에서 생산한 묘목과 과실의 국내 반입은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다.
‘탐나는봉’은 ‘부지화’(한라봉)의 주심배 돌연변이 품종으로, 국내에서는 2014년 품종보호 등록을, 미국에서는 2019년 식물특허 등록을 마쳤다.
겉모양이 ‘부지화’와 비슷하며, 무게는 280g 내외로 큰 편이다. 당도는 15브릭스(°Bx) 내외로 ‘부지화’ 보다 1°Bx 높고 식감이 우수하다.
2018년부터 국내에 본격 보급되고 있는 ‘탐나는봉’은 현재(2021년) 9.2헥타르(ha)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점차 재배 면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계약은 국내 육성 감귤의 해외 진출을 위해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추진한 해외적응성시험의 첫 결실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2017년 미국에서의 ‘탐나는봉’을 시작으로, 2019년 호주에서 ‘미니향’, ‘탐빛1호’의 해외적응성을 시험 중이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열매 평가를 통해 호주시장 진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을 진행한 유통업체(M. Park INC.) 김병학(재미교포) 대표이사는 “기존 품종보다 생육과 맛 면에서 뛰어난 ‘탐나는봉’이 미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계 한라봉 품종을 대체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품질 개선과 현지 판매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 김대현 소장은 “탐나는봉의 미국 진출은 많은 감귤 육종 강국의 도전지인 미국에서 우리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인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경쟁력 갖춘 품종을 개발하고 안정적인 시장 정착을 위해 재배 기술 보급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