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서 표대결 ‘조원태 압승’…KCGI 주주제안 모두 부결
2022-03-23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사모투자펀드 KCGI가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 등을 둘러싸고 벌인 2년 만의 표 대결에서 조원태 회장 측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KCGI가 주주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모두 주주총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 한진칼 대주주 KCGI가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단독 주주제안한 이사자격 강화와 전자투표 도입 등의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그레이스홀딩스가 주주제안한 서윤석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부결됐다.
KCGI의 주주제안은 배임과 횡령죄로 금고 이상 실형의 확정판결을 받은 인물이 이사가 될 수 없도록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게 KCGI 측 주장이었으나 재계에서는 KCGI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년 전 주총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합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KCGI는 또다시 조 회장과의 표 대결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승리한 것은 캐스팅보트인 KDB산업은행 등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앞두고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심사는 총 14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 국가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필수 신고 국가 중에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가 남았고 임의 신고 국가 중에서는 영국과 호주의 승인이 남았다.
서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은 찬성률 25.02%, 주주총회 전자투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은 찬성률 57.9%, 이사의 자격 기준 강화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찬성률 53.4%로 모두 부결됐다.
정관 변경 건은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찬성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어야 가결된다.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과 찬성 주식 수가 의결권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반면 류경표 한진칼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주인기·주순식 사외이사 재선임, 최방길·한재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의결권 기준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4.39%다. 조 회장 등 특수 관계인이 20.79%, 델타항공이 13.10%, 산업은행이 10.50%다. KCGI 측 지분율은 그레이스홀딩스 등이 17.27%, 대호개발 등이 16.89%로 34.16%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승리하면서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막을 내리고 한진그룹 내 조 회장 체제가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기업문화 구축 등을 통해 그룹 비전인 글로벌 물류업계를 선도하는 종합물류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조 회장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가 주총에서 대독한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그룹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올해 그룹 경영방침을 코로나19 위기극복 지원과 유동성 확보로 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의 물리적 결합을 넘어 하나 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올해를 글로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