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하이리스크 하이리턴?…SK, 퀀텀점프 노린다
SK 반도체, 도시바・인텔 사업 인수·SK실트론 투자 확장전략 지속
바이오・소재 등 폭넓은 투자…금리인상 속 부채 확대 부담 감수
SK팜테코 상장 계획 등 또다른 투자 대박 정조준
2023-03-24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금융조달 환경 악화에도 인수합병(M&A) 투자 시장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보이는 SK가 위험을 감수한 만큼 퀀텀점프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미 SK하이닉스 인수로 성공신화를 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M&A 성공경험을 이어갈 다양한 후보군에 투자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 그룹사 전반의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대규모 투자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전략은 재무부담을 키우며 위험을 감수하는 공격성을 띤다. 올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됐지만 국내 시중금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기업들의 차입부담을 키웠다. 그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SK가 국내 제조업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대규모 투자에 비례해 SK가 감수하는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전문투자형 지주회사 SK의 부채는 작년 99조8157억원으로 전년 85조8080억원에서 증가했다. 2018년 60조원대에 비하면 급증세다. SK가 작년에 투자한 순투자지출액은 15조4325억원으로 전년 10조4189억원보다 늘었다. SK는 최근 매년 10조원대 이상 지출해왔다. SK 투자 전략의 선봉장격인 SK하이닉스는 작년 부채가 34조1954억원으로 전년 19조2648억원에서 폭증했다. 작년 22조3923억원이나 되는 순투자지출로 차입금도 늘어난 듯 보인다. 전년 11조8404억원이었던 투자지출액이 2배 정도 커졌다. 이처럼 차입금이 늘어나는 추세는 최근 금리인상 기조와 맞물려 재무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SK의 공격적 투자 기세는 멈출 기미가 없다. 최근 SK실트론이 글로벌 웨이퍼 시장 선두주자로 도약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 3공단에 3년간 1조495억원을 투자해 300mm 웨이퍼를 증설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전세계 주요 5개사가 경쟁하고 있으며 증설 투자로 공급이 늘어나지만 SK실트론은 수요가 더 성장해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과감하게 결단했다. SK는 이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텔 낸드플래시, 매그나칩 파운드리사업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자금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그룹 전반적으로 대규모 신사업 투자가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SK 및 그 자회사들이 작년부터 최근까지 투자한 내역을 보면, 미국 수소전문 기업 플러그파워 지분 일부를 800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또 베트남 마산그룹 유통 자회사 지분 매입에 4600억원을 썼다.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 EV도 2930억원에 인수했다. 이밖에도 베트남 마산그룹 산하 크라운엑스에 4000억원을 쓰고,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업체 CBM에 4200억원을 투자해 2대주주로 올랐다.
이를 통해 늘어난 투자금은 그동안 반도체 호황, 석유사업 실적 회복 등 자체 현금 창출에 힘입어 부담이 흡수됐다. 또 SK는 신사업 상장과 투자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한 자금 회수 등으로 재무부담을 완충해왔다. 하지만 반도체 사업은 호황기의 정점을 지났고 국내외 금리인상과 주가하락 등으로 금융조달 환경은 나빠졌다. SK는 자체적으로 자사주 취득 등 대규모 주주환원정책도 병행하고 있어, 앞으로도 재무 안정성 방어에 성공할지 관전 포인트다.
SK는 분야가 다양한 분산형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국제유가에 따라 대규모 적자를 내기도 하는 등 실적 변동성이 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이익창출력이 큰 SK하이닉스의 어깨가 무겁다.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SK그룹에 합류한 SK하이닉스가 그룹 캐시카우는 물론 국내 수출산업 역군으로 성장한 만큼 계속되는 SK의 신규 투자가 또다른 성공신화를 일굴지 관심을 모은다.
SK가 바이오 및 소재 분야에 투자한 비상장자회사는 추후 상장을 통해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빨리 투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부문은 바이오가 될 전망이다. 올 초 지분 투자 후 CBM의 2대 주주가 된 SK 자회사 SK팜테코가 신규 상장 계획을 잡고 있다. 회사 측은 상장에 성공하면 기업가치가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