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활시킨 ‘사전청약’ 미달속출에 주택공급확대 효과 '글쎄'

전문가들 “입주 늦어지면 대기수요 늘어나 전세시장 불안 우려” “연이은 미달 신혼희망타운 수익형 모기지 가입자율화해야”

2023-03-24     나광국 기자
주택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린 정부가 사전청약 제도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급 효과’를 내세우기 위해 과도하게 시기만 앞당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사전청약은 새롭게 공급이 이뤄지는 물량이 아니라 기존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을 ‘사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앞당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민간·공공 사전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하며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다. 민간 사전청약의 경우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역들이 포함된 영향을 받았고, 공공 사전청약은 대부분이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점에서 작은 평수와 수익형 모기지 가입이 발목을 잡았다.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미달이 속출하는 등 저조한 성적표를 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수도권 4차 사전청약 공공분양 접수 결과에 따르면 시흥 거모와 안산 신길2, 구리 갈매 등의 지역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시흥 거모(A5) 전용면적 55㎡는 294가구 모집에 35명만 지원해 0.1대 1을 기록했다. 또 △구리 갈매(A1) 전용면적 46㎡가 0.8대 1 △부천 대장(A5) 46㎡ 0.3대 1 △안산 신길(A1·A3) 55㎡ 0.5대 1 등 총 7곳에서 미달됐다. 4차 사전청약에 앞서 지난해 12월 진행된 3차 사전청약에서도 신혼희망타운은 2172명 모집에 1297명이 신청하면서 미달을 기록했다. 신혼희망타운 7개 주택형 가운데 시흥 하중 전용면적 55㎡(1.1대 1) 주택형을 제외한 6개 주택형이 당해지역에서 미달되면서 남은 물량은 수도권 지역 신청자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특히 서초구와 맞닿아 있어 관심을 끌었던 과천 주암 지구의 경우 신혼희망타운 물량은 C1·C2 블록 총 1421가구 모집에 730명만 신청하는데 그쳤다. 최근 마감된 4차 민간 사전청약에서도 미달이 나왔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0일 접수를 받은 민간 4차 사전청약 특별공급 청약에서 울산 다운2(우미 린)는 872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381명에 그쳐 0.44대1로 전 타입이 미달됐다. 전용면적 84㎡A형은 715가구 모집에 366명이 신청했고, 전용면적 84㎡B형은 157명 모집에 15명 신청에 그쳤다. 남청주 현도(호반 써밋)은 경쟁률이 0.08대1에 그쳤다. 전용면적 84㎡C형은 141가구 모집에 2명만 신청했다. 민간 사전청약은 선호가 덜한 지역이 포함돼 지구별로 흥행의 희비가 엇갈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정부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사전청약 물량을 공공·민간을 합쳐 기존 6만8000가구에서 7만 가구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늘어난 2000가구는 모두 공공분양 사전청약 물량이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2~3년 전에 미리 분양하는 제도로, 사전청약을 통해 매수자들이 느끼는 불안한 심리를 진정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특히 입지 선호도가 높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을 지난해 9000가구에서 올해 1만2000가구+α(공급물량의 40% 이상)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민간 분양예정물량 39만 가구와 7만 가구 규모의 사전청약 공급을 통해 총 46만 가구 규모의 공급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계획이 실제 주택 공급의 효과로 이어질지 미지수라고 지적한다. 사전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 효과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일정이 지체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는 3기 신도시 주요 지역의 토지보상 진행이 더뎌 실제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남양주왕숙2지구의 경우 3기 신도시 가운데 토지면적이 가장 크고 원주민들의 저항 또한 컸던 지역이라 토지보상이 순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남교산 지역 또한 지정물이 많은 지역으로 이와 관련한 보상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경우 실제 입주는 예정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자들이 임대 시장에 머무를 경우 전세시장 불안을 초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민간주택까지 사전청약이 확대됐지만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청약 대기수요까지 임대시장에 머무르게 되면서 전세시장에 불안정성을 더하게 될 것이다”며 “사전청약은 절대적인 물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미래의 물량을 당겨오는 것으로 실질적인 공급 효과는 없고, 입주 대기 수요가 늘어나 전세수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신혼부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신혼부부희망타운도 최근 4차까지 잇달아 미달 사태를 빚으며 공급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분양업계 안팎에선 실거주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소형 평형대로만 이뤄졌다는 점과 일정 가액 이상의 신혼희망타운에 의무 적용되는 ‘수익공유형 모기지’가 수요자들의 외면을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의 면적은 전반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면적이 좁은 집을 제공하면 누가 이사하고 싶겠냐”며 “면적이 좁기 때문에 사실상 장기적으로 거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상황이 생길 때 수익공유로 인해 주거 중상향이 어려운 것 또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정부가 올해 하반기부터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물량에 85㎡ 추가하기로 했는데 이러한 결정이 처음부터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며 “수익형 모기지의 경우도 강제성을 낮춰서 신혼부부들이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